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천주교에서 순교자를 기리며, 그들의 굳은 신앙을 본받고 순교 정신을 이어받으려고 힘쓰자는 달이다. 더욱이 올해는 그 의미가 한껏 더하다. 한국평협(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에서 최근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기 때문. 대구대교구에서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125위 가운데 대구와 관련된 순교자 20위에 대한 시복시성 기도운동 선포식을 가지고 여러 가지 운동을 펼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보성지순례다. 하느님의 종 20위가 순교한 대구경북의 성지를 소개한다.
◆경상감영공원~관덕정
이번에 시복시성 청원 대상인 20위가 순교한 성지는 모두 4곳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구 중구 포정동에 있는 도심공원 경상감영공원이다. 조선시대에 경상도를 관할하던 감영이 있던 터로 많이 알려진 이곳은 천주교인들의 대표적인 순교지이기도 하다. 천주교 박해가 심하던 조선 후기 경북 도내 각지에서 천주교인들이 붙잡히면 그 고장의 관아를 거쳐 경상감영으로 송치됐다. 1601년 경상감영에는 죄인들을 잡아 가두는 감옥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곳에서 천주교인들은 갖은 고문과 혹형을 견디지 못하고 순교했다. 이때 옥사자가 을해박해(1815년) 때 7명, 정해박해(1827년) 때 3명이었다. 이 중 시복시성 청원이 된 순교자가 최봉한 프란치스코와 김윤덕 아가다 막달레나 등 7위이다. 현재 경상감영 옥터 인근에는 대안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성당 입구 왼쪽에는 이곳이 경상감영 옥터였음을 알려주는 안내 입간판이 설치돼 순교자를 기리고 있다.
관덕정(중구 남산2동)은 경상감영공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 당시 경상감영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천주교인들이 관덕당(현재 동아쇼핑 자리)에 와서 사형을 당했기 때문이다. 경상감영에서 영남제일관(현재 약령시 남문)을 거쳐 관덕당으로 끌려와 순교한 것. 당시 순교자는 을해박해 때 김종한 안드레아 등 7위, 정해박해 때 박사의 안드레아 등 3위 등 모두 10위로 시복시성 청원 대상자다. 관덕정은 103위 성인 성 이윤일 요한과 이들 순교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고 이곳에 순교기념관이 개관해 성 이윤일 요한의 유해와 순교자들의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경상감영공원과 관덕정은 그리 멀지 않아 한 번에 걸어서 순례할 수 있는 코스다.
◆경주 진목정, 대구 복자성당
경주 진목정은 단석산 자락 깊은 골짜기(산내면 내일리)에 있는 순교자 성지다. 이곳은 현재 125위 시복시성으로 청원 돼 있는 병인박해 순교자 허인백 야고보와 김종륜 루카, 이양등 베드로 등 3위가 박해를 피해 가족들과 숨어 살던 곳으로 이들 세 순교자의 원묘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진목정'(眞木亭)은 순교자들이 박해를 피해 참나무가 우거진 단석산 자락 범굴에서 숨어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 순교자는 1868년 범굴을 급습한 포졸들에게 붙잡혀 경주 진영(현 경주문화원 자리)으로 끌려갔고 장대벌(현 울산시 중구 병영동)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진목정은 세 순교자의 묘와 범굴, 세 순교자의 후손들이 신앙생활을 했던 진목공소, 소태골 피정의 집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최근 성지개발위원회가 발족, 본격적인 성지 개발이 추진 중이다.
대구 동구 신천3동에 있는 복자성당은 이들 세 순교자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병인박해 100주년을 기념해 대구대교구민이 설립한 이 성당은 1970년 1월 봉헌됐으며 순교자 현양성당으로 이름나 있다. 대구 복자성당에서는 1일 오후 7시 30분 순교자 현양 미사가 거행된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주례하는 미사와 묵주기도, 헌화 및 헌시 등으로 진행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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