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물러가고 잠시 무더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듯하더니 벌써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며 가을 내음이 묻어난다. 이런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패션이다. 거리의 사람들 옷차림이 점점 가을 정취에 맞게 한 톤 무거워진 컬러와 소재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발 빠른 트렌드세터들은 벌써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올가을 패션 트렌드
작년 가을'겨울 시즌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강세는 '복고' 열풍이다. 7080세대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컬러와 풍성한 실루엣의 패션이 올가을'겨울 거리를 가득 메울 예정이다. 생생한 네온 컬러보다는 한 톤 낮은 딥 오렌지, 인디고 블루, 샙 그린, 와인 등의 깊고 무거운 컬러를 사용한 원피스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거친 질감의 청바지 또한 복고 열풍에 한몫을 한다.
작년에 남자친구 옷을 입은 듯한 '보이 프렌드 룩'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오버사이즈 룩'이 유행할 전망이다. 여자 옷을 남자 옷처럼 크고 딱 떨어지는 직각으로 재단해 자신의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크게 입은 것처럼 보이는 스타일이다. 소재도 두꺼운 모직이나 거친 캔버스 천 등 남성적인 소재를 사용해 어둡고 거칠면서도 세련된 룩이 완성된다.
예전에는 동물의 털로 된 퍼(fur) 아이템들이 비싼 가격으로 인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값도 싸고 실용적인 합성피혁들이 시장에 나와 젊은 패션 피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 여태까지는 옷 전체가 퍼로 된 아이템이 주로 유행했다면, 올해는 옷의 소매나 끝단 등에 퍼를 부분적으로 접목시킨 아이템들이 유행할 전망이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문화를 연상시키는 에스닉 패턴은 여태까지는 주로 여름에 유행했지만, 올해는 약간 다르다. 기하학적인 에스닉 패턴이 겨울의 런웨이 위에 실크 블라우스나 원피스와 함께 등장한 것이다. 오렌지와 샙 그린 등의 컬러는 에스닉 패턴의 어둡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와일드한 멋을 살려주는 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가을'겨울 시즌에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기본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유행할 것으로 보여 옷을 장만하는 데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장식이나 디테일을 첨가하지 않고, 옷으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와이드 칼라 코트나, 좋은 소재를 사용해 소재의 멋을 살린 가죽 코트들이 그 좋은 예이다. 위에 꼽혔던 퍼 장식 또한 코트의 고전적인 멋에 한몫을 보탠다.
이번 추동 시즌에는 퍼플을 필두로 한 와인색 계열이 유행할 전망이다. 주로 벨벳이나 코듀로이같이 깊이감 있는 소재와 함께 쓰여 럭셔리한 분위기를 더한다. 퍼플은 색상 자체가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다른 색과 어울려 사용되어지기도 한다. 퍼플에 블랙, 베이지, 레드, 그린 등을 결합시킨 옷들이 나오고 있다. 퍼플 인기의 연장선상에서 오렌지빛을 띠는 갈색인 코냑 컬러도 인기다. 니트나 아우터에 주로 사용되어지는 경향이다.
◆액세서리 트렌드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템 백 역시 가을에는 트렌드가 180도 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름에는 선명한 비비드 컬러로 휘감긴 화려한 아이템이 인기였던 반면 다가오는 가을에는 농염함을 자랑했던 컬러를 잠시 내려두고 지극히 클래식한 컬러와 형태가 여성들의 백을 장식하고 있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컬러가 바로 카멜컬러이다. 낙타의 털 색에서 착안된 카멜컬러는 클래식함과, 어느 아이템에나 잘 어울리기 때문에 세컨 블랙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차분한 느낌으로 분위기 있는 가을을 연출하고자 할 때 적절하다.
이번 가을의 경우 앨리게이터나 파이톤 등 가죽 본연의 질감 그대로를 살린 투박하고 와일드한 아이템보다 카프스킨이나 램스킨 등 부드럽고 노멀한 연출이 가능한 아이템들이 유행할 전망이다. 이는 가죽의 부드러운 터치감이 카멜컬러와 어우러지며 한층 감도 높은 가을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올가을 여성들의 가방은 70년대 런던의 신사들을 떠올리게 하는 모던하고 클래식한 무드가 물씬 풍길 전망이다. 해외 유명 명품들 역시 앞 시즌까지 연속해서 선보였던 화려한 컬러감과 다양한 패턴, 디테일 등을 잠시 내려두고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아이템들을 주로 선보였다. 완벽한 드레이핑으로 몸에 딱 맞는 수트와 직선으로 떨어지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영국신사의 모습을 닮은 듯한 이 아이템들은 한층 성숙미 있는 연출을 돕는다.
구두는 가늘고 아찔한 하이힐 대신 레트로 클래식의 감성을 충분히 살린 두꺼운 힐과 라운드 토의 신발이 트렌드로 꼽힌다. 대신 화려한 큐빅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다양한 소재를 믹스해 재미를 준 슈즈들이 대거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코는 작년부터 이어진 라운드 토의 인기가 지배적이지만 날렵한 포인티드 토 역시 동시에 선보여 여성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또한 복고의 열풍으로 흔히 킬 힐이라 불리는 스틸라토 힐보다는 안정감 있는 청키힐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부츠의 길이는 짧은 부티가 유행했던 전년도에 비해 올해는 전반적으로 다소 높아졌다. 발목 이상의 다양한 부티들과 앵클부츠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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