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임원들이 저보고 '돈 쓸 궁리만 하는 사람'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고홍보책임자(CPRO'Chief Public Relations Officer)로서 볼 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기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는지가 중요하겠지요."
지난해 8월 KB금융그룹의 CPRO에 취임한 김왕기(56) 부사장은 그룹의 브랜드 및 기업 이미지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느라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대표적인 게 올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KB굿잡' 프로젝트. 1천200여 개 전국 국민은행 지점을 통해 발굴하거나 제휴기관을 통해 확보한 우량 중소'중견기업의 구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청년 구직자에게 제공하고, 구인 기업에는 전국 대학 취업센터 등을 통해 입수한 우수인력의 정보를 전달하는 사업이다. 특히 KB금융그룹은 단순한 일자리 연결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KB굿잡'을 통해 정규직 직원을 뽑는 기업에도 채용 1인당 50만원씩 총 40억원을 지원한다.
취임 1주년에 대한 소감에 대해 김 부사장은 "신문 스크랩도 제대로 못 챙겨 읽을 정도"라는 말로 대신했다. "국무총리실 대변인으로 일할 때는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공식 행사가 많아 힘들었습니다. 퇴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건강검진이었을 정도지요.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 보니 민간기업이 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수십 건의 현안을 동시에 다뤄야 하거든요. 언론과의 인터뷰도 처음입니다."
그가 신설된 CPRO 직책을 맡게 된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 덕분이었다. 1978년부터 30년간 신문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볐던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총리실 대변인 겸 공보실장(1급)에 발탁돼 1년 10개월간 근무했다. 또 한국방송통신대 겸임교수로 2003년부터 강의를 계속해 오고 있으며 IBK투자증권의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언론사 재임 중에는 옛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 중소기업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승수 전 총리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대변인을 맡아달라는 부탁에는 처음에 몇 번이나 도망다녔습니다. 언론인이 천직(天職)이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에 잠깐이나마 공무원으로서 국가에 봉사하게 됐고, 리스크 관리 및 PR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 스스로에 대해 '꿈을 이룬 행복한 남자'라고 평가했다. 중학생 때 인생의 목표로 설정했던 언론인이 돼 뉴스 현장을 지켰고, 공무원이 되길 원했던 선친의 바람도 뒤늦게나마 이뤘기 때문이다. '인생 삼모작' 덕분에 정치에 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샀지만 그는 "관심도 소질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가 취임한 뒤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KB금융지주 직원들의 귀띔이다. 격의 없이 불쑥불쑥 사무실을 찾아오고 아래위 차별 없이 편하게 대하는 그의 '파격'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소통'을 위해 종종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기도 하고, 사무실 문도 항상 활짝 열어둔다.
"직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후배들에게도 배울 게 참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물론 저도 제 경험을 나누죠. 조급해 하지 말라는 뜻에서 '인생은 마라톤'이란 조언을 자주 해줍니다만 가끔은 급한 성격 탓에 엄하게 대할 때도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의 직업병인 것 같아요. 허허허."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초교, 대구중, 계성고를 졸업한 대구 토박이. 당연히 지역의 열악한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대구의 위상이 내려갔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서 보니 대구 사람 스스로 고쳐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불뚝 고집은 누그러뜨리고 비즈니스 마인드는 키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와 아주대 경영대학원(정보통신공학)을 졸업한 그는 코리아헤럴드,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학창 시절에는 탁구'농구 실력이 선수급이었을 정도로 스포츠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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