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행오버2' 한국계 배우 켄 정

영화 '행오버'(2009)에서 자동차 트렁크 속에서 발가벗은 채 불쑥 튀어나와 자신을 가둬둔 사람들을 난타하는 마약상 '미스터 차우'로 관객을 웃겨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 MTV영화제에서 '최고 황당한 순간상'을 받은 할리우드 코미디 스타 배우 켄 정(한국명 정강조'42). 그는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행오버2'에서도 '미스터 차우'로 특유의 코미디를 선사한다.

'행오버2'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으로 간 세 친구가 정체불명의 원숭이와 함께, 사라진 신부의 동생을 찾아 헤매면서 겪는 일을 다룬 코미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긴 하지만 1, 2편을 합쳐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둔 시리즈물이다.

켄 정은 최근 개봉한 '트랜스포머3'에서도 중국계 정보통신 전문연구원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는 또 TV코미디 시리즈 '커뮤니티'에서 괴짜 스페인어 강사 '세뇨르 챙'으로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뒤늦게 연기에 빠졌지만 지금은 연기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순간에는 무척이나 진지하지만, 명랑 쾌활함이 본연의 모습인 듯하다. 인터뷰 내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켄 정. 손동작과 몸짓, 표정 하나하나가 코믹하다.

솔직히 '최고 황당한 순간상'을 받은 장면은 녹록하지 않은 신이다. 옷을 다 벗고 연기를 했다. 흔한 베드신에서도 아니고 사막 한복판에서.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수위가 높기는 마찬가지.

켄 정은 "인생은 짧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두려워하면 도전적인 삶을 살지 못할 것 같았다"며 "두려워 말고 내 감정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개의치 않았다.

당초 감독은 속옷을 입고 나온 켄 정을 화면 속에 그리려 했으나 그는 "내가 감독에게 제안을 해서 속옷을 벗었다"며 웃었다. 아무것도 안 입고 튀어나와 상대를 공격 하게 되면 관객에게 우스꽝스럽고 충격적이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가 이런 생각을 한 건 한때 몸이 좋지 않았던 부인(베트남계 혼혈'의사) 때문이었다. "영화를 촬영할 때 아내가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는 중이었어요. 저도 심신이 지친 상태였죠. 하지만 이 영화는 치료제 같은 역할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아내에게 3년째 암 재발이나 전이가 없습니다."

켄 정은 "나체로 나오는 것은 일종의 위험부담을 지는 건데 그 위험부담을 안고 두려워하지 말고 용감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며 "그런 생각 덕에 이 자리에 있게 됐고, 이 영화도 히트하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이민 2세대로 미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졸업하고 명문 듀크대 의대를 졸업한 수재. 켄 정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연기자의 길을 꿈꾸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 호기심으로 연기 수업을 몇 개 들었는데 그만 연기에 빠져들게 됐고, 사랑하게 됐다.

그는 1995년 코미디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며 코미디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의사인 동시에 밤무대 코미디 배우로 지내던 그는 2007년 영화 '사고친 후에'(노크드 업'Knocked Up)로 전업 연기자의 길을 택했다.

의사와 연기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힘들지 않았을까. 자신이 선택을 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 가족들에게 고마워했다. 특히 부인과 아버지는 그의 잠재력을 알아봐줬다.

켄 정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내 덕이 크다"며 "현재 의사인 아내가 영화를 보고 전업 배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지지를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로 든든한 후원자였다. "아버지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아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먼저 물었습니다. 아내가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하니 자신도 저를 지지한다며 새로운 앞길을 축복해준다고 하셨어요."

그는 "아내와 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영감을 준다"며 "아직도 조언을 구하는데 특히 아버지는 '인기와 돈에 흔들리지 말고 항상 열심히 해라, 항상 겸손하라'고 말씀을 해주신다"고 했다.

켄 정이 '파인애플 익스프레스'(2008), '스텝 브라더스'(2008), '커플 테라피: 대화가 필요해'(2009), '트랜스포머3'(2011), 시트콤 '커뮤니티' 등에 연속 출연하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코믹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켄 정. 하지만 그는 어떤 역할, 장르이든 가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도 영화를 찍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저의 국적이나 감정적, 문화적으로 영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면의 여정을 담은 영화 속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뭔가를 전할 수 있는 그런 연기요. 물론 한국어도 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입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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