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에 반대합니다. 한 인간의 생명을 다른 인간이 박탈할 순 없죠. 국제적으로도 사형 폐지 국가는 많아요."(A조)
"B조에서 이 주장에 대해 반박해주시죠."(심판)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합니다. 연쇄 살인범 등 흉악한 범죄자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까."(B조)
주입식 암기 교육 대신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강조되는 추세다. 그 과정에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토론 교육의 일종인 디베이트(debate). 이 흐름에 발맞춰 대구시교육청은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의 논리적 말하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디베이트 중심 도시 대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디베이트는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한 토론 교육의 한 종류. 일반적 토론과 달리 찬성과 반대가 분명한 주제 아래 정해진 형식에 맞춰 심판을 두고 진행되는 토론이다.
이미 일부 수업에서 디베이트 교육을 도입한 학교도 있다. 청구고는 1학기부터 1학년 일반사회 수업 중 사회적 이슈인 내용이 나오면 20분 정도 시간을 내 학생 대표 패널을 선정, 미니토론을 진행해왔다. 신데렐라법(인터넷 셧다운제), 여성의 노출 패션은 성범죄 발생의 원인이 되는가, 군가산점제는 부활해야 하는가 등이 그동안 토론해온 내용들. 2학기에는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디베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참여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손지훈 군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주제의 핵심을 정리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앞에 나서 얘기하다 보니 자신감도 늘었다"고 했다. 이재윤 군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도 짚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디베이트 교육을 맡은 이동우 교사는 "토론했던 내용 중에서 골라 수행평가 과제로 낸 적이 있는데 배운 대로 주장과 근거를 체계적, 논리적으로 적은 글이 많았다"며 "학생들의 생각이 한층 성숙하고 다양해진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대구 학생 말문 트기' 프로그램인 'PREP법을 활용한 논리적 말하기'와 토론 활성화를 위해 '디베이트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PREP법은 주장(Point)한 뒤 이유(Reason)를 대고 사례(Example)로 이유를 뒷받침하면서 다시 주장(Point)을 강조하는 말하기 방법. 시교육청 측은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학급회의 시간, 국어 또는 사회과 수업 시간에 PREP법을 활용해 발표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고 연말 시교육청 발표대회도 열 예정"이라고 했다.
또 이번 학기부터 디베이트 프로그램으로 초교 때 20번, 중'고교 때 각 30번, 50번 디베이트에 참가하면 디베이트 클럽 인정증을 발급하는 '디베이트-100클럽'을 운영한다. 토요 디베이트 학교와 고3 면접 대비를 위한 디베이트 클래스 운영, 디베이트 캠프와 대회 개최도 계획에 포함됐다.
시교육청은 디베이트 교육을 통해 읽기와 쓰기 중심의 대구 독서교육이 듣기와 말하기를 포함하게 돼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미래형 인재가 대구 교실에서 길러지면서 입학사정관제 등 변화하는 대입 전형에 대한 대응 능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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