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감이 있지만 2011년을 돌아볼 때 한국 재즈팬들은 어느 해보다 가슴 벅찬 시간을 보냈다. 주머니 사정 뻔한 재즈팬들은 어둑한 재즈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아쉬운 한탄만 했을 법한 해이기도 하다. 카산드라 윌슨, 게이코 리, 허비 행콕, 론 카터, 타워 오브 파워, 팻 매스니 같은 굵직한 음악인들이 공연을 가졌거나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공연을 통해서 한국을 방문했던 예년의 경험을 미뤄봤을 때 일본 대지진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내한 공연이 있었던 점은 한국 공연시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공연은 '팻 매스니'의 공연이었다. 게리 버튼, 안토니오 산체스, 스티브 스왈로우 같은 거장들과 함께 '팻 매스니 & 프랜즈'라는 이름으로 가진 공연은 팻 매스니 음악의 정점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이 정도 라인업에 이 정도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땡큐'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팻 매스니는 흔히 퓨전재즈 기타리스트로 소개된다. 퓨전재즈는 1969년 마일스 데이비스가 '비치스 부류'(Bitches Brew) 앨범을 통해 제안한 스타일로 록음악과 재즈의 융합을 의미한다. 그래서 록-재즈 등으로 불렸는데 현재는 퓨전재즈라는 말이 일반적이다. 1970년대 이후 재즈가 대중적인 인기를 잃어가면서 비교적 대중친화적인 퓨전재즈가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재즈팬들은 퓨전재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는데 유독 팻 매스니에게는 호의적이다. 이유는 오직 음악성만으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팻 매스니는 이미 10대 시절, 모교인 마이애미대학교와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했을 만큼 천재적인 능력을 보였다. 웨스 몽고메리 같은 비밥 기타 연주의 전통을 바탕으로 출발한 팻 매스니의 음악에는 컨트리와 프리재즈, 현대음악, 라틴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수용되어 있다. 이런 이유에서 팻 매스니의 등장 이후 '컨템포러리 재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1981년작 '오프램프'(Offramp)는 재즈를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는 이정표가 된다. 신시사이저를 차용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낸 이 앨범은 정통성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이듬해 그래미어워드를 수상하면서 새로운 재즈의 탄생을 선언했다. 고속도로에서 일반도로로 빠져나가는 차로를 의미하는 '오프램프'를 앨범 타이틀로 했다는 점도 새로운 영역으로 재즈가 확장됨을 의미한다. 지극히 아름다운 선율과 적절한 난해함을 조화롭게 배열시킨 '오프램프' 앨범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팻 매스니를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를 담보하는 보증수표로 만든 걸작이자 필청 앨범이다.
권오성 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