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특히 남녀가 처음 만나는 미팅, 소개팅, 맞선과 같은 어색한 자리 어색한 상황 속에서 으레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취미가 뭐예요?"다. 사람들은 관계를 형성할 때 가장 먼저 공통된 관심사나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는다.
이것은 단순히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생각 없이 던지는 질문이라기보다 다음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기 위함이며 나와 맞는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본능이다.
연인이든 부부든 친구든 형제든 그 누구든 관계 유지 및 개선을 위해서 공통된 취미를 가져보라고 많은 사람이 조언한다. 하나 취미 이외에도 공통분모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취미에 왜 많은 역할을 부여하는가? 그 이유는 그것을 완성해 가는 단계에서 그 의미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필자는 'FC가이스트'라는 축구클럽에 소속되어 있다. 물론 아마추어 축구 동호회다. 2001년부터 조직된 팀이고, 회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긴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고 머물러 있다. 단순히 '축구'라는 취미로 만난 사람이 얼추 200명 이상은 되고, 그중에서 약 100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는 사람들이며, 그중 50명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사람들, 또 그중에서 약 25명 이상은 절친한 관계에 있다. 물론 혼자서 하는 우표 수집이라든지 스크랩 혹은 디자인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으로도 완성할 수 있는 취미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지만 그 외의 취미에서는 매개체(媒介體) 자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스치며 눈 마주치고 때로는 마음을 헤아려 주는 진정한 인생의 친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상적인 취미는 사익(私益)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미비하거나 보잘것없더라도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맞대어서 고민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그 관계를 형성하고 탄탄하게 한다.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
취미는 한자로 趣味. 정확한 어원은 모르겠지만 뜻 취, 맛 미 자(字)로 구성되어 있다. 한자풀이로 '뜻의 맛' 그럴듯한 의미다.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인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고민에 빠졌다. 그럼 이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인 것은 즐길 수 없다'라고 하고 싶은 것인가? 필자의 시조(始祖)이신 공자께서 말씀하신 논어 옹야 편의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에서는 아는 것의 상위에 좋아하는 것, 그 위에 즐기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그 옛날 공자께서는 궁극적으로 취미를 논하기 위해서 하신 말씀이셨을까?
최근, 특정한 취미나 관심사에 열정을 다 바치는 이들을 두고 취미를 뜻하는 'hobby'와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로 광적으로 빠져 있다는 의미의 'holic'을 합성해 '하비홀릭'이라고 한다. 하비홀릭의 저울에서는 한쪽으로 넘어가면 즐기는 것을 넘어 업을 방해하고 틀을 깨버리며 가정은 파탄에 몰리고, 자칫하면 인생 낙오자가 된다. 하지만 또 다른 한쪽으로 움직이게 되면 작게는 자신만의 시간으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고, 크게는 많은 사람과 유대를 맺고 그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할 수도 있다.
신문에 연재되어 큰 호평을 받았고, 책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빙점'을 쓴 일본의 미우라 아야코는 글쓰기 취미로 인해 지방에서 평범하게 잡화점을 경영하는 주부에서 유명 작가가 되었다. 탤런트 이세창 씨는 카 레이싱이 취미였다가 레이서 전문 자격증을 땄고 각종 대회에 출전, 상금도 여러 차례 받았고 심지어 한 대학의 자동차 기계 계열 겸임교수가 되기도 했다.
지금 바로 앞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질문해 온다.
"취미가 뭐예요?"
체감 가을 일수(日數)는 너무나 짧다. 이 가을 공부하고, 모으고, 찾고, 달리고, 만들고, 생각하는 그 속에서 평생 볼 수 없었던 나 자신과 옷깃 한 번 스칠 수 없었던 그들과 에너지를 공유하며 살아있는 이유를 꼭 느껴보자.
공태영(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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