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카린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콘스탄틴 팔베르그'라는 학생이 화학 연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빵을 먹던 중 그날 따라 유난히 빵 맛이 단 것을 발견했다. 그 원인을 찾아본 결과 단맛의 정체는 바로 자신의 손에 묻은 화합물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사카린'은 이렇게 탄생했다. 설탕보다 300배 이상 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기 때문에 제로 칼로리, 즉 열량이 전혀 없는 기적의 감미료가 탄생한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사카린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쌀알 크기의 하얀 조각을 입에 넣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단맛이 입안에 감도는 '신비한' 식품이었다. 당연히 음식 맛을 내는 데는 일등 공신이었다. 설탕이 귀하던 시절, 이렇게 사카린은 어엿한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주변에서 사카린이 사라졌다. 1981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유해 우려 물질'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1974년 캐나다 보건부는 3년간 쥐에게 사카린을 투여한 결과, 100마리의 쥐 가운데 14마리에서 방광종양이 발견됐다며 사카린을 발암성 물질로 규정했는데 이것을 미국이 고스란히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카린은 '해로운 물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용이 거의 중단됐다. 그러나 이 실험은 너무 과량의 사카린을 투입한 지극히 비현실적인 실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사카린의 안정성이 입증되면서 지난해 미국 EPA도 유해 물질 목록에서 사카린을 삭제했다. 사카린은 칼로리가 없고 체내에 흡수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최근 미국'유럽의 당뇨'비만 환자들로부터 인공감미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하균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안전한 첨가물로 밝혀진 사카린을 식약청은 김치와 젓갈'절임'조림 식품 등 9개 식품군에만 쓰도록 지나치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제과'빙과'주류를 포함해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 국민의 사카린 평균 섭취량은 '일일 허용 섭취량'의 1%에 불과하다"며 "비싼 설탕 대신 사용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 물가 안정과 함께 비만'당뇨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카린은 그동안 너무나 억울한 누명을 쓴 셈이다. 정확한 판정이 기대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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