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질긴 기다림이 최상의 전략일 수 있다. 청나라 태조 누르하치(愛新覺羅 努爾哈赤'1559~1626)는 인고의 기다림 끝에 대업을 이룬 대표적 인물이다. 건주여진(建州女眞) 출신인 그의 가문은 힘이 약했다. 조부와 부친은 명나라에 부역했지만 명나라 군에 의해 살해당한다.
당시 명나라 장수의 집에 볼모로 잡혀있던 20대의 누르하치가 택한 전략은 '소리장도'(笑裏藏刀), 즉 웃음 속에 칼을 품는 것이었다. 여진말로 '멧돼지 가죽'이라는 뜻의 자기 이름에 걸맞은 선택이었다. 물려받은 것은 갑옷 13벌뿐이었다. 명에 복종하는 척하면서 그는 은밀히 복수의 칼을 갈았다. 임진왜란 때문에 명나라가 경황없는 사이 그는 여진을 통일하고 스스로 '칸'(황제)으로 칭한 뒤 1618년 '일곱가지 큰 원한'(七大恨)을 내세우며 명나라에 선전포고를 한다.
명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달리던 그였지만 1626년 산해관 전투에서 포르투갈 대포를 앞세운 명에 첫패배하고 부상 후유증으로 그해 오늘 사망했다. 생전의 그는 중국 본토 정복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가 정비한 제도와 조직은 아들과 손자로 하여금 대업을 이루게 하는 기반이 됐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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