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국철, 대구출신 정조준?…지역인사 잇단 거론 '폭로 2라운드'

3일 참고인 및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2일 사정 당국이 SLS그룹의 워크아웃 관련 의혹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신아조선 유모 사장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대구지역 사업가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을 접촉, 구명을 부탁한 적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이어 대구 출신 인사들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그가 지목한 당사자들이 일제히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고 정치권에서도 이 회장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고 야당에서조차 신빙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 회장의 주장으로 촉발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 출신 인사 '정조준'=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권재진 법무장관,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 등 현 정권 핵심 실세들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어 이 회장은 작년 4, 5월 SLS그룹 워크아웃 사건을 탄원하기 위해 대구지역 사업가 이모(55) 씨를 소개받았고 그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 씨에게 회사 고문 명함과 차량 및 월 수백만원의 급여를 제공하고 6억원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 씨가 '권 장관을 만나 상황을 얘기했고, 권 장관은 충분히 알았다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씨가 사채를 정리해주면 청와대 근처 호텔을 얻어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6억원을 빌려달라고 해 1억원은 계열사를 통해, 5억원은 소개해 준 친구 강모 씨가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작년 여름 이 씨의 권유로 전 대학총장 노모(58) 씨와 함께 대구경북 지역 실세인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을 만나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20~30분 만나 SLS그룹 얘기를 했고, 박 회장이 '알아보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장관 측은 "(이 회장이 주장하는) 이 씨라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한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이 구명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는 박 회장도 3일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으로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만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닌 이상 만난 기억이 없다"며 "혹시라도 (이 회장이) 다른 사람과 함께 찾아와서 민원을 부탁했을 수는 있지만 나로서는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3일 낮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회장이 주장하는 향응접대 주장에 대해 관련 영수증 등을 확보했다면서 이 회장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관련자 "불법적 거래 없었다"=이 회장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지역 출신 이모 씨는 대구에서 스크린골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씨는 "이 회장을 알고 지낸 지가 10년쯤 됐다"며 "고문을 맡아달라고 해서 정식으로 고문 명함을 갖고 활동했으며 월 300만원씩 3, 4개월 고문료를 받았고 차량도 1년 정도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빌려줬다는 6억원에 대해 그는 "6억원을 빌려 채무 변제에 사용했으나 차용증도 써줬고 지금도 월 1천200만원씩 이자를 내고 있다"며 구명 로비의 대가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권 법무장관에게 구명을 부탁했다는 부분에 대해 "간접적으로 민원 내용을 전달한 적은 있지만 직접 만난 적이 없으며 이 회장이 권 장관(당시 민정수석)을 만난 적은 더더욱 없다. 청와대에 민원을 정식으로 접수시키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민원을 접수시켰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회장과 함께 지역 실세 정치인을 찾아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박창달 회장에게 찾아가서 이 회장 일을 이야기했고 이에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들었고 나중에 '안 되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회장에게 전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이 거명한 대구지역 대학의 전 총장 노모 씨는 "이국철 회장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권 장관(당시 수석)에게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3일 오전 이 회장을 재소환해 신 전 문화부 차관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주장과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이 회장은 이날 검찰에 신 전 차관이 쓴 SLS 그룹 법인카드 내역과 박 전 지경부 차관에게 건넨 상품권 구매내역 자료들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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