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47세의 동성애자 하비 밀크가 세 차례 실패 끝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돼 논란에 휩싸였다. 동성애자로 미국의 첫 선출직 공직자가 된 그는 다음해에 캘리포니아주와 샌프란시스코 시가 동성애자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조례를 제정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공식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그는 동성애자의 권리 옹호에 주력하였다.
뉴욕 태생인 그는 이전에 뉴욕의 보험회사 통계원 일을 하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았다. 1960년대에 반전, 민권 운동 시위가 거세게 일 때에도 이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적 고민에 빠져 지냈다. 1970년대 초에 동성 애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회 참여를 모색했다. 당시 히피와 동성애자들의 본산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카메라점을 연 그는 자신의 가게로 모여든 동성애자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그러나 시의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1978년 11월, 동료 시의원의 총격에 의해 숨지고 말았다. 그의 사망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의 활동은 동성애자 권리 옹호의 기반이 되었다.
밀크의 총기 사망 사건 이후에도 동성애에 대한 종교계의 반대와 사회적 시선이 빠르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뿌린 씨앗에 의해 점차 인식이 바뀌면서 1989년에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시민 결합 제도'를 채택했고 2001년에는 네덜란드가 동성 결혼 제도를 처음으로 허용하게 되었다. 현재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우루과이 등에서 '시민 결합' '파트너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고 벨기에, 스페인, 스웨덴, 남아공, 대만, 미국의 일부 주 등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이슬람권인 중동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파트너 등록제'가 실시되는 영국에서 12월부터 여권 신청서의 부모 인적 사항 기재란에 '아버지' '어머니' 대신 '부모 1' '부모 2'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부모의 성적 정체성을 표기하는 것이 성적 차별이라는 동성애 옹호 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동성애자들의 권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불허하는 국가들의 고민도 생겨나고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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