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재의 행복칼럼] 정신병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학생들이 실습 나오면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가 많다. 입원 환자들 중에 가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욕설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난동을 부리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환자들도 가끔 보게 된다.

정신과 병실에는 치매나 알코올 중독 그리고 인격장애 등 다양한 정신과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입원한다. 여러 질환 중에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병이 바로 정신분열증이다.

이 병은 자신이 환자인 것을 모르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 자신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원치 않는 입원을 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할 만도 하다.

그러나 자신이 억울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대접을 받는다고 병실의 기물을 부수고 직원들에게 욕하고 폭행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앓고 있는 병의 증상보다는 대개 그 사람의 인격의 문제다. 정신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과격한 행동이 나오는 게 아니라 원래 인격적 문제라는 말이다.

전문직에 있거나 성직자나 점잖은 환자들은 큰 소리로 항의를 하거나 고소하겠다는 등의 말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뿐 난동을 부리지는 않는다.

의대생이나 간호대생들은 평소 정신분열증을 앓는 환자를 거의 못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병에 걸리면 모두 저런 말과 행동을 하게 되나 보다 하고 오해를 하게 된다.

몇몇 미꾸라지가 온 개울물을 흐려 놓는 것 같다. 몇몇 인격장애적 요소를 가진 정신병 환자의 파렴치한 행동 때문에 대부분의 착하고 성실한 정신병 환자들이 억울하게 도매금으로 욕을 얻어먹게 되는 것이다. 실제 정신병은 그렇지 않은데도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정신과에서는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현실감이 부족하고 남들이 잘 이해 못할 생각을 하면 대개 정신병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많은 예술가들, 전쟁영웅들,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학문을 하는 학자나 과학자들 중에도 정신병 환자가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약삭빠르게 현실 적응은 어려울지 몰라도 이타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인생을 삶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일생을 산 경우도 많다. 정신병이 생기지 않으면 좋지만 혹시 이런 환자가 되어도 인성이 좋고 노력만 하면 오히려 창조적인 사람도 될 수가 있다. 고난이 행복의 뿌리도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권영재 미주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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