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도가니' 사건도 철저히 조사하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도가니'와 비슷한 사건이 대구에서도 벌어졌다고 한다. 지난해 3월 대구인권운동연대를 통해 대구의 한 정신병원에서 30대 지체장애 여성이 70대 생활보호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 가해자를 기소,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2008년에도 대구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70대 원장이 여자 아이들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피해자들이 진술을 꺼리는 바람에 가해자는 횡령 혐의로만 유죄 판결을 받는 데 그쳤다. 대구의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을 맡은 대구시에 실태 조사를 요구했지만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성범죄가 발생한 후 행정 당국의 소극적 관여,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광주의 장애인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성범죄를 다룬 영화 '도가니'와 매우 흡사하다. '도가니'를 통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최근 대구의 인권단체들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자 대구시가 지역 25개 정신병원에 대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지만 뒷북치기일 뿐이다.

대구시는 정신병원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전반에 대한 인권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지는 범죄는 엄벌에 처해야 하고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소외된 이들에 가해지는 음습한 범죄에 대해 사회적 감시망을 높여야 할 때다. 공익이사 선임 등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등 제도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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