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자 기상청이 최근 백두산 화산 분화 시나리오를 마련,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4월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로 유럽 전역에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올 1월 일본 규슈 남쪽 내륙에 있는 신오메산 화산 폭발로 분화구 인근 1천여 명의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세계적으로 화산 폭발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해 왔다.
백두산은 그동안 화산 활동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최근 화산 활동과 폭발 시기를 두고 학계에서 여러 가설이 쏟아지면서 기상청도 이에 대비한 재해 종류, 화산재 확산 가능 경로와 영향 수준 등을 제시했다.
◆백두산 화산 분화 시나리오
기상청은 5일 10세기 백두산 대분화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분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1천 년 전 규모로 백두산이 다시 분화한다는 전제 하에 직접 피해는 ▷북한'중국 북동부가 영향권에 속하고, 남한은 화산재 확산 등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또 ▷용암류(최대 15㎞ 반경), 화성쇄설류(60㎞ 반경), 이류((산사태나 화산 폭발 때 산허리를 따라 격렬하게 이동하는 진흙의 흐름'180㎞ 이상), 암설류(풍화 작용으로 파괴되어 생긴 바위 부스러기의 흐름'100㎞ 이내) 등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간접 피해로 ▷서고동저형의 기압배치가 형성될 경우 남한 지역으로 확산 가능성이 크며 ▷황사주의보'경보 발령 수준(400~800㎍/㎥)의 미세먼지 농도 발생 가능성이 높고 ▷화산재가 9㎞ 이상의 상공으로 확산할 경우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확한 화산재 확산 경로와 화산재 농도 등에 대한 분석 결과는 향후 다양한 조건과 방법을 이용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당시 한반도 주변으로 북풍이나 북동풍이 발달하는 기상 조건이 형성될 때는 남한 전역이 화산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화산 폭발이 VEI(화산폭발지수) 2 이하의 수준으로 발생할 경우 남한에는 황사 주의보 또는 경보 발령 수준(400~800㎍/㎥)의 미세먼지 농도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10세기의 백두산 VEI는 7로 평가되는 만큼 재폭발한다면 시나리오 결과보다 훨씬 강한 미세먼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는 VEI를 2로 가정하였을 경우이고, VEI가 증가하면 6㎞ 이하의 측면 확산의 증가 비율에 대해서는 향후 정밀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번 시나리오에 앞서 지난 2월 국내외 화산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화산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한 바 있는데 이는 백두산 화산 분화 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백두산 화산 분화 시 화산 정보를 관계기관과 국민에게 즉시 제공해 신속하게 위기대응 업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국내외 화산 활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국'일본 등 국가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화산 공동 관측 및 자료 공유, 화산 및 화산재 확산 예측 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경제적'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팝콘 튀기듯 폭발' 가능성
백두산의 화산 분화는 조용하게 진행되지 않고 폭발적인 분화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지구과학교육과)는 최근 "1천℃가 넘는 규장질 마그마가 백두산 천지 칼데라 안에 있는 20억t 이상의 차가운 물과 만나면 순간적으로 급랭해 산산조각이 나면서 마치 팝콘을 튀기듯 부피가 팽창되고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부석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산 분화 시 천지에서 마그마의 부피가 팽창하면 쓰나미가 발생해 칼데라 외륜산을 부수거나 달문 계곡을 통해 장백폭포 쪽으로 흘러넘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와 쑹화(松花)강 상류지역에 대홍수가 발생하고 암석과 화산재 때문에 주변지역이 묻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 폭발이 남한지역에 미칠 영향으로 1차적인 화산 재해를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겨울 또는 봄에 북풍이나 북동풍이 불어 화산재가 남쪽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윤 교수는 "2004년 여름 곡저삼림(谷底森林)의 나무들이 마그마에서 방출된 유독화산가스로 인해 갑자기 말라죽었고 이후 천지 온천에서 나오는 화산가스 중 헬륨(He)과 수소(H)의 함량도 갑자기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백두산 화산 폭발이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백두산 분화에 대한 효율적 대비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남북 간 공동협력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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