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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원룸(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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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방, 변기와 식탁이 함께 놓여있는 밥그릇에 똥덩이가 가득 담겨있는 이 구린내. 세면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개수대에서 낯을 씻고 두 개의 줄이 끊긴 기타가 두 개의 줄이 끊긴 노래를 부르고 구두엔 뿌연 먼지들만 쌓여가는 이 망할 놈의 방. 먼지 쌓인 구두가 발목을 자르고 두 개의 줄이 끊긴 노래가 두 개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얇게 썬 면상들을 개수대에서 건져내고 씻은 그릇들을 면상에 잘 포개어놓는 이 구린내. 변기에 걸터앉아 죽을 쑤는 나 하나로도 꽉 차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이 죽일 놈의 방.

자본의 순서랄까요? 원룸도 좀 럭셔리한 것에서부터 기막히게 타이트한 수준까지 다양하지요. 대개 원룸, 옥탑방, 그 다음은 고시원, 또 그 다음은 쪽방의 순서가 맞습니까? 그야말로 '이놈의 방'들입니다. 경험하지 못한 분은 말씀을 삼가주세요. 살아보면 저절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답니다. 밥과 똥의 간격이 그야말로 간발의 사이. 원래 밥이 똥이 되는 수순이라지만 항문으로 밥을 먹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접시 몇 개 포개놓으면 세면대까지 침범을 해야하고 세수를 하자면 개수대까지 비누 거품이 잠식을 하니 내 생에 이런 혼합과 공생을 얼마나 지속해야 할까요. 치사하기로 들면 줄 끊어진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격이 되고 그 노래들 인생을 수식할 아무런 희망 아니란 걸 이미 터득한 거지만요. 그래서 살기 위해 다시 변기에 걸터앉아 생각하죠. '이 죽일 놈의 방'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배웠겠어요? 견딤을 익혔겠어요? 식사와 배변의 순환이 기막히게 한통속이란 리얼리티를 읽기나 했겠어요. 누워서 생각해보니 뭐, 이 세상이 거대한 한 통의 원룸인 걸요.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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