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마이 백 페이지'로 돌아온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

부산국제영화제 3번째 찾은 '일본 꽃미남'

일본의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31)는 '청춘스타'다. 많지 않은,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꽃미남'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영화 '워터 보이즈'(2002), '매직 아워'(2008) 등에서 보여준 발랄하고 유쾌한 모습이 뚜렷한데 언제부턴가 다른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2007년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에서 진심을 담은 눈물이 쏟아지더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악인'에서는 진중하고 무거운 연기를 선보였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약간은 무거운 내용을 다룬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마이 백 페이지'를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보고 야마시타 감독의 연출력에 반했어요. 새로운 모습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작품에 참여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는 아니고 다양한 면모를 보여 드리기 위해 이 작품을 결정하게 됐습니다."(웃음)

'마이 백 페이지'는 일본의 급진적 학생운동인 '전공투'(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가 끝나갈 무렵인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를 배경으로, 신문기자 사와다가 극단적 사고로 빠져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츠마부키는 "당시 일본 젊은이들이 세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하지만 내가 태어난 시기는 그런 열기는 없어지고 질서정연한 룰이 만들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분출해 세상을 바꾼다든지, 인간의 본질적인 열망을 꺼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쉬운 지금은 뭔가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때의 학생운동 같은 열기가 있으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츠마부키는 전작 '악인'에 출연한 뒤 극 중 역할 만들기에 대한 방법이 변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극 중 인물을 탐구할 때 어떤 인물이고,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하나하나 더해가는 식이었어요. 하지만 '악인'을 하고 나서는 저 자신을 부정했죠. 제 특성들을 하나씩 버려가며 사와다라는 인물이 됐다고 받아들이고 연기를 했죠."

그렇게 빼낼 것을 빼내고 연기한 사와다는 시대적 배경에 휩쓸리기도 쉬우면서, 동시에 특종을 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이 가진 본래의 욕망과 저널리스트의 욕망 사이 어떤 지점에 놓여 있다.

그는 "기자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실제 내가 기자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언론관이 불타오를 수 있는, 실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기자가 된 기분으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츠마부키는 "원작('아사히신문' 기자 출신 평론가 가와모토 사브로의 논픽션 '마이 백 페이지, 어느 60년대 이야기') 속에 있는 과거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이번 작품이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잘 모르는 과거였지만 학생운동의 시발점이 된 도쿄대의 야스다 강당을 가 당시 건축물을 만져보기도 하고, 신문사를 견학하기도 했다. 관련 책도 읽고 탐구하며 당시 인물을 그려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원작자는 만나지 않았다"며 "그 인물이 아니라 나만의 새로운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이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요청했다"며 "마지막 장면을 한 번에 끝냈는데 사와다가 느낀 감동이라든지, 여러 가지 내면적인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표정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2005년 영화 '봄의 눈'으로 부산을 처음 찾은 뒤 세 번째 방문이다. 그는 "일본인들도 영화를 사랑하고 지지하지만 처음 부산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 특유의 열기를 느꼈다"며 "그 뒤로 초청을 받으면 무조건 한국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츠마부키는 이미 2009년 영화 '보트'에서 배우 하정우와 작업을 한 적이 있지만 다시 한 번 그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과 작업을 하면 나중에 어디서 만나든 그 인간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 끈끈함이 너무 좋다. 하정우와는 지금도 형, 동생 하는 사이"라고 좋아했다.

함께 작업하고픈 감독을 묻는 질문에 고민을 한참 한 그는 봉준호'김기덕 감독을 꼽았다. 그는 "김기덕 감독은 영화 한 편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무산됐다"며 "너무 아쉬워서 다음에 김 감독과 꼭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고 바랐다.

츠마부키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딱히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인간으로서 경험을 하고 여러 가지를 접하며 인생을 즐기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시아 전역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 특유의 문화를 좋아하는데 다른 아시아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은 소망도 있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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