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백과] 중증외상센터 조성

드디어 국내에도 중증(重症)외상센터가 생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3일 2016년까지 2천억원을 투자해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6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중외상센터는 심한 총상을 입고도 극적으로 살아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계기로 필요성이 부각됐다.

중증외상센터는 총상'추락'교통사고 등으로 심한 외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중증외상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을 말한다. 이곳은 연중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외상전문 진료실과 집중치료실, 전용중환자실 등을 갖추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이미 중증외상센터를 짓고 있는 부산대병원(2013년 개소 예정)을 제외한 15개 외상센터 후보 기관을 이달 초부터 공모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2곳, 내년 상반기 3곳 등을 지정하는 식으로 시'도별로 최소 1곳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증외상센터로 선정된 병원에는 외상 전용중환자실(40병상)과 수술실'혈관조영실 등 전용 병동과 장비 설치비로 80억원이 지원된다. 또 외상전담 전문의 충원계획에 따라 매년 7억~27억원(최대 23명)의 인건비도 지원된다. 외상센터에는 일반외과'정형외과'흉부외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마취과 등의 전문의로 구성된 의료팀 4개 조가 연중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또 서울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할 계획인 국립중앙의료원에도 대규모 외상센터가 건립된다. 국비 350억~450억원을 들여 외상 진료와 연구, 인력 양성 등의 업무를 한다.

중증외상센터가 계획대로 들어설 경우 전용 중환자 병상 650개에서 연간 2만 명의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도 현재 35%에서 선진국 수준인 20% 선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때늦은 감은 있지만 취약한 국내 중증외상 응급진료 분야를 선진화하는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중증외상은 교통사고, 안전사고 등이 빈번한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낙후된 이 분야의 의료체계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07년 발생한 중증외상 사망자 2만8천359명 중 32.6%(9천245명)는 신속한 구조와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숨진 경우였다. 전문 의료진 및 시설 부족과 관련 시스템 미비로 하루 중증외상환자 25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중증외상센터를 1980년대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걸음을 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책정한 예산으로는 센터를 제대로 운영하는데 부족하다고 한다. 또 당초 전국 6개 권역에 마련하기로 한 대형센터 건립 계획에 비해선 후퇴한 것이다. 아마 '예산 부족'과 '경제성 평가'(경제성 낮음) 때문이 아닐까 한다. 헌법에 포괄적으로 보장된 국민의 기본 권리인 '건강권'을 지켜주는 일은 '경제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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