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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열흘 나비(문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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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비처럼 웃는다. 웃는 입가가 나비의 날개 같다. 열흘 쯤 웃다보면 어느 생에서 어느 생으로 날아가는 지 잊어버릴 것만 같다. 너를 반경으로 빙빙 도는 사랑처럼 나비는 날 수 있는 신성을 갖고 있다. 아무도 찾지 못할 산 속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본 적이 있다. 죽음을 보이기 싫어하는 습관 때문이다.

너는 나비처럼 운다. 여름 끝자리에서 너는 열흘을 산 것이다. 나는 너를 보기 위하여 산으로 가는데 가을이 먼저 오고 있다. 너에게 생은 채우지 못하여도 열흘, 훌쩍 넘겨도 열흘이다.

한번 본 너를 붙잡기 위하여 나는 찰나에 산다. 종국에는 열망을 향해 날다 산화하는 너를 나는 지금 쫓고 있다. 너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열흘뿐이나 나는 그 시간 밖에 있다.

일생에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무래도 시간을 너무 낭비한 것 같다. 열흘이 일생이라면, 열흘만 참으면 된다면, 열흘만 공부한다면, 그리고 열흘만 사랑해야 한다면 우리 얼마나 치열하고 성실하게 열흘을 채울 것인가.

열흘만 사는 나비에게 물어보겠네. 어디로 날아가야 하니? 무얼 해야 하니? 어느 꽃으로 살아야 하니? 무엇보다 열흘을 어떻게 수용하니? 죽음을 보이기 싫어 먼 산으로 날아가는 나비야. 열흘 나비야.

결국 너를 반경으로 빙빙 돈 열흘은 나비 같은 너를 위한 시간이었네. 너는 열흘을 살았지만 일생이 환희였네. 혼신으로 당긴 시간이었네. 나비처럼 이젠 너를 붙잡을 수 없네. 너와의 인연은 열흘, 아무리 좇아도 나는 나비의 시간 바깥에 있을 뿐이니. '열흘 나비' 이 단어 백세를 사는 인간에게 준 무슨 풍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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