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임 두고 내홍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연임 두고 내홍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상임 지휘자의 연임을 반대하며 연습을 집단으로 거부하는 등 내홍하고 있다.

단원들이 몇 시간 뒤 요구 조건을 철회해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음악계에서는 이번 일이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KBS시청자사업부에 따르면 교향악단 단원들은 정기 연주회가 있는 이날 낮 교향악단 단원 일동 명의로 함신익 상임 지휘자의 연임 반대 등을 요구하는 입장 표명서를 냈다.

단원들은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날 저녁 서울 KBS홀에서 있을 연주회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요구 조건은 함신익 상임 지휘자 연임 불가 및 차기 지휘자 조기 선정, 함신익 음악감독 대행 철회, 현악기 자리 재배치 원상회복, 함신익 지휘자의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 등 네 가지였다.

단원들과 지휘자 함 씨를 둘러싼 갈등은 비단 이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년 KBS가 함 씨를 상임 지휘자로 내정할 때부터 갈등의 골이 파이기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KBS 경영진은 당시 지휘 능력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라며 함 씨를 내정했으나 단원들은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 내정된 지 근 반년이 지난 7월에야 정식으로 취임했다.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양측 간 갈등은 함 씨가 정식으로 상임 지휘자에 취임한 지 1년여 만인 이날 다시 표면화됐다.

최근 복무규정을 위반한 단원 10여 명이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함 씨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주자 일부를 서로 바꾸는 등 현악기 주자의 자리를 재배치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단원들은 사측과의 협상과 KBS노조의 중재로 이날 오후 늦게 요구 조건을 모두 철회했다. 20일 KBS홀,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기로 한 정기 연주회도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교향악단 중견 단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KBS교향악단이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악단인 만큼 연주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앞으로 법을 지키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견해를 계속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시청자사업부 관계자는 "아직 상임 지휘자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데다 콘서트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단원들이 관객을 볼모로 연주를 거부하는 것은 비상식적 행태"라고 말해 인식차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