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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사] "우리가락에 외국인 들썩이면 뿌듯" 주재연 (주)난장컬쳐스 대표

"우리 가락의 흥과 맛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제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시 '피가 끓는다'는 표현을 체감했지요."

국내 최고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1992년 어느 날,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반해 그 자리에서 김덕수 선생과 함께 일하게 됐다는 주재연(47) ㈜난장컬쳐스 대표이사의 소회다. 그는 19년째 김덕수 선생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덕수 사물놀이팀에 합류한 주 대표가 가장 먼저 맡은 일은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1994년 설립된 한울림은 전통음악의 체계적인 교육과 우리 가락의 세계 진출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후에는 해외공연을 기획'관리하는 임무를 맡아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핀란드 쿠모 페스티벌, 프랑스 아비뇽 축제, 미국 링컨센터 페스티벌, 파리 가을축제 등 세계 각지의 유명 축제에서 우리 가락의 신명을 소개했다.

"우리 가락의 매력에 푹 빠지는 서구인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뿌듯함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들에 대한 서운함을 느꼈습니다. 소리꾼 한 사람이 판소리에 등장하는 여러 명의 역할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은 무척 놀라고, 고수와 호흡을 맞추며 완창을 해내는 명창의 체력에는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우리 가락을 조금 더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지는 순간이죠."

주 대표의 직업은 공연예술 경영자다. 무대 밖에 있는 사람 가운데 무대 위를 가장 주시하는 사람이다. 현재 주 대표가 이끌고 있는 ㈜난장컬쳐스는 공연 등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수익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주 대표는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흑자를 낼 수 있는 공연단"이라고 소개했다. 각종 공연 수입을 최소한으로 구성한 맴버들에게 지급할 경우 웬만한 대기업 임원 연봉 이상의 수입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다. 우리 가락의 저변 확대와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전통문화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럽에서 불고 있는 한류 붐의 시초는 판소리와 사물놀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G20 회원국 가운데 자신의 문화자산을 한국처럼 홀대하는 곳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돌 그룹은 비즈니스석 항공권 제공을 조건으로 출연이 이뤄지지만 나이 지긋한 명창 분들은 이코노미석 항공권으로 유럽까지 가지요. 씁쓸하죠."

주 대표의 고향은 포항 남구 대흥동이다.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줄곧 포항에서 자랐다. 그가 기억하는 고향의 이미지는 '재즈음악 같은 도시'다. "고향은 나고 자랄 때보다 떠난 뒤 잠시 찾을 때 더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난 후 가끔 집에 갈 때 고향의 참맛을 느꼈죠. 삼삼오오 예술가들이 포항으로 모여 운영한 카페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그의 꿈도 훗날 포항에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주 대표는 포항초교, 동지중, 포항고,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학에서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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