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미술] 침폼 '리얼 타임즈'(Real Times)

현대미술은 미학적인 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의 문제와 대면하여 우리의 상상력이나 반성을 촉구함으로써 현실의 삶에 참여한다. 오늘날 우리가 구가하고 있는 번영이나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허약하고 위험한 기반에 기대고 있는가를 깨우쳐주는 일도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일본의 비디오 아트 그룹 침폼의 작품 '리얼 타임즈'(Real Times)는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지역에서 벌이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현장에서 실시간 중계하듯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이다. 내용은 두 명의 남자가 방호복을 입고 대피 지역 안 사고 현장을 향해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 원전이 내려다보이는 해안가 언덕 위에 도달한 다음 가지고 간 흰 천을 바닥에 펴놓고 그 위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린다. 먼저 그린 가운데 원이 마치 일본 국기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러나 완성된 것은 방사능 핵물질을 표시하는 상징이다. 그것을 깃발 삼아 불어오는 바람과 비를 맞으며 좌우로 흔들기 시작하는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고 묵시록적이다.

감동적이기도 한 이 장면은 어리석은 문명의 침몰하는 난파선에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모한 원자력 시대에 조종을 울리며 탈핵의 지상명령 앞에서 백기를 들고 항복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현대미술 프로젝트 City-net Asia 2011' 전에서 전시 중이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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