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약 잘못처방" "적게 뿌려"낙과 책임공방

사과농가·농약사 신경전

농약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사과농 권순용 씨가 자신의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사과들을 보고 허탈해 하고 있다. 엄재진기자
농약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사과농 권순용 씨가 자신의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사과들을 보고 허탈해 하고 있다. 엄재진기자

안동시 남선면 원림리 구석마을에서 6천600㎡(2천여 평) 규모의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권순용(72) 씨와 인근 3천300㎡의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권순극(78) 씨는 한 해 농사를 망쳤버렸다.

권순용 씨 과수원 400여 그루의 사과나무에는 눈으로 금방 드러날 정도의 사과들만 듬성듬성 달려 있다. 거의 대부분 사과들이 떨어져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는 것. 그나마 나무에 달린 사과도 아이 주먹 크기 정도로 품질이 형편없다.

권 씨는 "지난 8월 초 수년 동안 이용해온 농약방의 처방대로 살충제와 살균제를 살포했는데 3일쯤 지나면서 사과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처음 사용한 살충제가 포함됐었는데 그 농약이 문제였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과수원의 권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들 모두 30여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지어 왔지만 올해처럼 낙과 피해가 심했던 적이 없었다. 특히 올해 경우 태풍이나 비, 바람 등 자연적 원인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은 농약방에서 약 처방을 잘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수차례 농약방을 통해 농약으로 인한 낙과 피해를 주장해 왔지만 돌아온 대답은 "농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농약을 너무 적게 살포한 것이 원인이다"라는 말뿐이었다.

권순극 씨는 "아무리 힘없고 늙은 농부이지만 한 해 농사를 망치고 앞이 캄캄할 지경인데 회사 측은 태풍이 어떻고 농약 양이 어떻고 하는 핑계는 너무 심하다"고 허탈해 했다.

이 같은 낙과 피해에 대해 농약을 처방해 준 농약 판매상 관계자는 "문제의 농약은 올해 400여 농가에 처방해 사용됐다. 이들 농가들은 낙과 피해를 입은 농가들과 똑같은 농약을 그 시기에 살포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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