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손님의 전화가 새벽에 나와 음식을 만드는 원동력이죠."
현대떡집은 원병연(51) 대표와 가족 4명이 함께 일하는 '가족떡집'이다. 원 대표 부부와 친동생 부부, 원 대표의 처형까지 5명이 떡을 쪄내고 이바지음식을 만든다. 가족끼리 일을 하는 만큼 손발도 잘 맞다. 원 대표는 "모르는 사람을 직원으로 쓰는 것보다 일하는 게 빠르고 서로 편하다"며 "다행히 다들 음식솜씨가 좋아서 손님들도 다들 맛있다고 해주신다"고 말했다.
떡전골목에 들어오기 전 원 대표는 섬유업체에서 근무했다. 부인 황정화(46) 씨도 그곳에서 만났다. 그러다 1980년대 말 현대떡집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동생의 권유로 떡전골목에서 일을 하게 됐다. 1996년 건강 문제로 떡집을 운영하지 못하게 된 전(前) 사장에게 현대떡집을 인수해 3년 전까지 지금의 현대백화점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 "현대백화점 동편의 3번째 가게였습니다. 대로변에 인접해 있다 보니 오가는 손님들이 많아 골목에서도 손꼽히게 장사가 잘됐죠. 종로로 옮기면서는 예전만큼은 못해요."
하지만 원 대표의 가게는 여전히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음식 솜씨 좋은 부인 황 씨의 이바지 음식과 원 대표의 떡 만드는 기술을 입소문으로 듣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야구선수 이승엽과 권혁도 결혼 준비를 할 때 이 가게에서 이바지음식을 해갔을 정도로 이름났다. "손님들이 이바지 음식을 드셔 보시고 맛있다고 소문을 많이 내주신 덕분에 옮긴 가게를 물어 찾아오는 손님도 많습니다."
원 대표는 처음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다른 가게에도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이바지 음식을 마련하라는 말을 전한다. 현대떡집의 이바지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입맛이 달라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아가야 만족스런 결혼준비를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음식 종류는 거의가 비슷비슷하지만 사람들 입맛은 제각각이니까요. 같이 모여서 장사하는 사람이 새로 온 손님 하나 붙잡겠다고 욕심 부리면 안 되죠. 주말이면 새벽 2~3시에 나와야 할 정도로 일은 고되지만 손님들이 사돈댁에서 이바지음식을 칭찬했다며 고맙다는 전화를 받으면 그만큼 보람된 게 없습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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