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곳에 있었다고 했다
가을비를 맞으며 중앙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있더라고
그가 말했다.
나는 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틀림없이 나를 보았다는
그의 음성은 안개처럼 나를 감쌌다.
가을비에 젖은 나의 몸에서 외로움이 쏟아져
한 생의 깊이보다
더 깊은 빗물로 고일 즈음
급기야 방주를 띄우고
어디론가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내가 사라진 그 자리에
젖은 잎들이 흩뿌려져 있었고
그것은 나의 정체를 추적할 단서였다고 했다.
나는 어느새 그의 증언을 인정하고
언젠가 흩뿌려지는 잎들을 흔적으로 남기고
홀연히 떠날 것이라 말해 주었다.
우리는 상당 부분의 사실들을 기억에 의존하죠. 그러나 기억이란 건 얼마나 불명확한 인식인가요. 인지심리학에서 사람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도 말하는데요. 그러나 분명하다고 말하는 기억조차 사실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요. 내가 중앙공원 벤치에 앉아 있더라는 말, 나는 아니라 아니라 하는데, 틀림없이 보았다는 그의 말. 때마침 가을비가 왔고, 나는 까닭 없이 외로웠고, 젖은 몸에서 와르르 쏟아진 외로움이 단서였을까요. 가을비에 방주 타고 떠난 자리 젖은 잎들 가득 흩어졌다는 증언이 있었다는데.
나는 정말 비 오는 중앙공원에 있었을까요. 아니면 범인은 가을비일까, 젖은 잎들일까, 외로움일까, 마지막으로 나는 정말 내가 아는 나일까요? 이 시의 핵심은 그 공원에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아니죠.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하겠어요. 그저 나도 나를 모를 만큼 외로웠다는 것, 바로 그 증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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