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곽승준 "곧 남북러 협력 활성화될 것"

곽승준 "곧 남북러 협력 활성화될 것"

"조만간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남·북·러 3자 협력 사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31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한 '한·러 대화(KRD)' 참석 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러시아와 한국, 북한 등이 모두 시베리아·극동 지역으로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KRD는 지난 2008년 9월 러시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창설에 합의해 지난해 출범한 한국과 러시아 간 민관산학협의체다.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호텔 유럽'에서 열린 KRD 제2차 포럼 개막식에서 KRD 조정위원 자격으로 기조연설을 한 곽 위원장은 "러시아와 독일이 '러·독 대화'를 만들어 양국 간의 중요한 현안들을 많이 해결했던 것처럼 KRD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곽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KRD가 설립된 배경은.

▲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합의해 지난해 출범했다. 2008년 방러 때 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러시아를 다시 방문해 강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2009년 9월 내가 대통령을 대신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와 강의했다. 그때 KRD 창설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KRD는 러시아와 독일간 대화 채널인 '러·독 대화'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러시아와 독일은 '러·독 대화' 협의체를 통해 양국 간의 중요한 현안들을 많이 해결했다. KRD도 이같은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다.

-- 정부 간 대화 채널이 있는데 굳이 민관산학협의체인 KRD를 설립한 이유는.

▲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관과 민이 어울려 함께 한·러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러시아는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도 행정 절차 등이 대단히 느리다. 독일은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푸는데 '러·독 대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KRD를 잘 활용하면 많은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내년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물러나는데 KRD가 계속 운영될 수 있을까.

▲ 차기 대통령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KRD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러·독 대화'도 푸틴이 만든 것이다. 푸틴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KRD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본다.

-- 향후 한·러 관계 발전 전망을 어떻게 보나.

▲ 전망이 아주 밝다고 본다. 러시아는 우리하고 과거사 문제가 없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로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처럼 영토 문제가 걸려 있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는 중국을 내심 경쟁상대로 생각한다. 한국과는 그렇지 않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한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조만간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과 러시아, 남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본다.

최근 들어 러시아는 시베리아·극동 개발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다.

한국도 기존에 기업들이 많이 진출했던 중국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도 개방을 안 할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협력 상대인 중국 외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다.

현재 시베리아·극동 지역에 진출한 북한인은 약 2만 명 정도인데 북한은 이를 10만 명 가까이로 늘릴 수 있게 해달라고 러시아 측에 요청했다는 얘기를 러시아 인사로부터 들었다.

-- 아직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 진출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 사실 얼마 전까지 정부와 기업들 모두 러시아에 큰 관심이 없었다. 기업들은 굳이 리스크가 큰 러시아가 아니더라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돈벌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최근 들어 러시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러 경제공동위를 내년에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지역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양국이 정부 차원에서 신뢰를 쌓고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면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도 많이 논의돼 왔지만 한국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자원 등이 합쳐지면 이상적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 APEC 등으로 정치·경제적 환경이 무르익는 내년부터 협력 사업들이 크게 활성화될 수 있다.

-- 어떤 분야 진출이 유망하다고 보나.

▲ 에너지, 철도, 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러 협력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석유·가스 등의 에너지 협력 사업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사업도 오래전부터 얘기되고 있지만 언제 성사될지 모른다. 이보다 단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농업 협력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극동의 광활한 농토를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투입해 경작하는 사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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