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이제 기술도 더하고 뭉쳐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는 돌궐제국의 명장인 '톤유쿠크'의 비석이 있다. 이 비석에는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망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는 경계를 허물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열린 사회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최근 산업기술 분야에서도 경계를 허물고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 융'복합이라는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는데 향후 경제 및 사회 문화에 혁명적 변화를 이끌 새로운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컨버전스, 하이브리드, 퓨전, 크로스오버 등 융'복합을 의미하는 단어들도 점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술 융합의 의미로 주로 사용되는 '컨버전스'는 그 사전적 정의가 한 곳으로의 집합, 통합이란 의미이지만 진정한 융합은 단순한 기계적 통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컨버전스'(기술의 융'복합)는 두 가지 이상 기술이 물리적 혼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새로운 형태의 기술로 발현되고 나아가서 사회'문화적 패러다임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포괄적 의미도 내포한다. 1+1=2라는 공식이 통용되지 않고, 3이 될 수도 10이 될 수도 무한대가 될 수도 있는 힘을 가진 것이 기술 융'복합이며, 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창조로서 기술 융'복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융합기술이 미래의 첨단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기존의 주력산업에 IT, BT, NT 등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 융'복합 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IT에 BT와 NT를 융합함으로써 모든 분야에 걸쳐 세계적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일본도 한국과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제조 노하우를 블랙박스화하는 등 NT를 중심으로 한 융합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현재 수요를 충족하는 제품이 아닌 상상력에 기반한 제품으로 미래 수요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말을 우리도 깊이 새겨보아야 할 때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기술 융'복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국가산업의 미래를 견인할 핵심 경제 주체인 기업들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인식하고 각자가 보유한 기술을 융'복합해 획기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

대구경북지역의 산업을 보면 섬유, 기계, 자동차, 전자 등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이들 산업분야의 새로운 제품이나 소재'부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달리 어느 한 분야만의 기술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지역의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도 기술 융'복합은 이미 발등의 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자금이나 인력 등 여력이 부족해 기술 융'복합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먼 산의 불구경을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 융'복합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을 디지털화하는 제조공정 IT융합 기술개발지원,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농'공'상 융합기술개발지원, 기술개발 주체들이 보유한 기술을 융합시켜주기 위하여 중소기업과 연구기관 간 또는 중소기업 간의 기술융합을 지원하는 융'복합기술개발지원, 융복합 R&D 및 사업화 기획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술 융'복합지원센터 설치 지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대구경북지역은 중소기업이 융'복합을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유리한 기반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지역 내 대학이 50여 개, 공공연구기관이 30여 개로 산'학'연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업과 기업 간의 기술교류와 융합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이업종 연합회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도 기술 융'복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해 앞으로의 기술개발 방향을 재정립하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아울러 기술의 융'복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기업, 연구기관, 대학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기술 융'복합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때 우리 경제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리라 생각한다.

손광희/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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