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치원이 조성한 '천년의 숲'…수북이 깔린 낙엽 가을을 밟는 재미

가을을 따라 함양 상림으로

함양 상림은 가을 산만큼이나 가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상림을 가득 메운 활엽수에 오색 단풍물이 들고 산책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깔려 가을 낭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함양 상림은 가을 산만큼이나 가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상림을 가득 메운 활엽수에 오색 단풍물이 들고 산책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깔려 가을 낭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암정사의 가장 큰 볼거리는 커다란 바위에 굴을 파 만든 석굴법당이다. 돌계단 위에 보이는 것이 석굴법당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사진 촬영 명소 지안재.
서암정사의 가장 큰 볼거리는 커다란 바위에 굴을 파 만든 석굴법당이다. 돌계단 위에 보이는 것이 석굴법당이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맘 때쯤이면 누구나 가을색에 취하고 싶어진다. 함양 상림은 가을 산만큼이나 가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함양 상림에서 지안재'오도재로 이어지는 지리산 길도 가을 단풍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특히 오도재를 넘어 칠선계곡 초입에 닿으면 사찰 전체가 하나의 조각공원을 연상시키는 서암정사가 자리 잡고 있다. 산허리를 붉게 베어 문 뒤 지상으로 내려온 가을 단풍을 좇아 함양 상림을 다녀왔다.

◆천연기념물 154호

함양 읍내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상림은 신라시대 말 천령(지금의 함양)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인공 숲으로 1천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당초 '대관림'으로 불리던 숲은 길이가 6㎞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가지 확장으로 중간 부분이 끊겨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어졌다.

길이 1.4~1.6㎞, 너비 40~140m의 상림은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았지만 하림은 한국전쟁 당시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이에 함양군청은 하림 복원 사업을 펼쳐 지난해 4월 하림 일부(12만4천㎡)를 복원했다.

'천년의 숲'으로 불리는 상림에는 120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느티나무'개서어나무'너도밤나무'상수리나무 등 잎이 큰 활엽수가 대부분이다. 상림은 1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햇살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건강한 숲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 인공 숲임에도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됐다.

상림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운치 있는 곳이지만 상림의 매혹적인 자태를 감상하기에는 가을이 제격이다. 가을이 되면 상림을 가득 메운 활엽수에 오색 단풍물이 들고 산책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깔려 가을을 밟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기자가 상림을 찾았을 때 가지마다 고운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다소 모자라지만 길 위에 떨어진 낙엽을 골라 밟는 재미도 맛볼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상림은 불이 붙은 듯 타고 있을 것이고 길에는 낙엽이 두툼하게 깔릴 것이다. 산에 가지 않더라도 고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상림은 하나의 큰 선물이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산책로를 따라 이리저리 걷다 보면 보이는 것도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넓은 잔디밭과 함화루(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58호)다. 함화루는 함양읍성 남문의 문루였다.

일제 강점기 총독부가 강제 철거하려는 것을 함양고적보존회 대표가 사재를 털어 옮겨놓은 것이다. 원래 명칭은 누대에 서면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망악루(望嶽樓)였지만 옮기면서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상림에는 함화루 외에도 최치원을 기리기 위해 경남 유림들이 세운 사운정과 이은리 석불(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32호)'문창후 최선생 신도비(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75호)'함양척화비(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64호) 등의 유적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의 뿌리가 붙어 자라는 연리목도 눈에 띈다. 한편 상림에는 뱀이 없다고 한다. 어머니가 상림에서 뱀을 보고 놀랐다는 말을 들은 최치원이 "뱀이나 개구리 같은 미물은 상림에 들지 말라"며 호통을 친 뒤부터 뱀이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사진 촬영 명소 지안재'오도재

상림 주차장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지리산 방면으로 가다 1023번 지방도로 빠지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지안재와 오도재가 나온다. 지안재의 모습은 말 그대로 구절양장이다. 지안재는 2006년 황금사과에서 펴낸 '대한민국 베스트 촬영지 55선'에 선정되었고 유명 CF가 촬영되면서 사진작가들이 출사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S자로 굽이진 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 올라가는 차량도 내려오는 차량도 조심스러운 지안재를 지나면 오도재다.

'오도'(悟道)라는 이름은 서산대사'사명대사 등 유명한 고승들이 지리산을 오가기 위해 재를 넘는 과정에서 깨달음의 깊이를 더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도재 정상인 해발 773m의 오도령에는 '지리산 제1문'이 서 있다. 현대식 건물이라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는 '지리산 제1문'은 함양군청이 관광명소화를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지리산 제1문'을 지나면 지리산 영봉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면 천왕봉'제석봉'연하봉'촛대봉 등 지리산 영봉들과 칠선계곡'한신계곡 등 지리산 계곡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암정사

함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중 하나가 서암정사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칠선계곡 초입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암정사는 인근에 있는 벽송사의 부속암자였으나 지금은 사찰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서암정사는 원응 스님이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고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0여 년에 걸쳐 조성한 사찰이다. 원응 스님은 자연 암반에 무수한 불상을 조각하고 건물을 올려 서암정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암정사는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사찰이다.

서암정사의 가장 큰 볼거리는 극락세계를 표현한 석굴법당이다. 일주문 격인 대방광문을 지나면 커다란 바위에 굴을 파 만든 석굴법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석굴법당에 들어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돌에 섬세하게 새긴 불상들을 보면 조각 작품이 아니라 정교하게 그려진 벽화를 보는 것 같다. 석굴법당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불상들의 모습은 오로지 마음에만 담아야 한다.

##Tip

대구에서 상림으로 가려면 88올림픽고속도로 고령 방면~함양IC~1084번 지방도 남원'함양 방면~함양 읍내를 통과한 뒤 하천을 따라가면 된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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