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대부, 대구에 충고…"지역 제작 인프라 갖춰라"

개막작 '하이킥' 올리는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4일부터 대구에서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의 진수를 보여주는 '2011 코리아인모션 대구넌버벌페스티벌'이 열리는 가운데 단연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개막작으로 공연될 '하이킥'(High Kick)이다. 4, 5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국내 처음으로 축구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라는 점도 신선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뮤지컬 분야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설앤컴퍼니 설도윤(51) 대표가 야심차게 제작한 공연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작 인프라 구축에 초점 맞춰야

설 대표와 인터뷰를 시작하자 공연 소개는 뒷전이었다. 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부터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설 대표에게는 대구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과거 영남대 성악과를 중퇴한 경험이 있는데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만들어낸 장본인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대구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면서 여러 공연축제를 통해 문화예술을 활성화하려는 설정은 좋아요. 하지만 지역의 제작 인프라 육성이 빠져 있어 안타깝습니다." 공연축제를 기획할 때 지역 공연단체 육성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지역 제작 인프라를 키우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DIMF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DIMF가 대구 대표 공연축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지역 제작 인프라 구축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대구의 뮤지컬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했으니까 이제는 지역 제작 인프라를 키우는 데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했다.

"축제를 열 때 지역쿼터제를 둬서 30% 정도를 지역 작품 공연에 할당하는 방안이 필요해요. 물론 서울 작품보다 수준은 떨어지겠지만 지역쿼터제를 두면서 꾸준히 지원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처음부터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단체는 없어요. 서울 또한 초창기에는 그랬으니까요." 그러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예로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국내외적으로 성공적인 축제로 거듭났지만 정작 부산에는 영화제작사가 없어요. 이는 부산영화제의 딜레마이기도 하죠."

한국뮤지컬협회가 내년부터 개최하는 서울뮤지컬축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서울뮤지컬축제가 열리면 분명히 DIMF는 타격을 받을 거예요. 서울에서 이 축제를 만들기 전에 막았어야 했는데…." 설 대표는 서울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그 원인이라고 했다. 서울 뮤지컬 분야와 활발한 교류가 있었다면 이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가 인정하는 넌버벌 만들고 싶다

설 대표는 '하이킥'을 난타와 점프를 잇는 넌버벌 대표작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넌버벌 공연이 무엇보다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어요. 서울에만 해도 난타전용관이 4군데나 되고 점프전용관도 있어요. 넌버벌이 외국인들도 손쉽게 볼 수 있는 장르라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 좋은 콘텐츠죠." 2009년부터 기획, 제작한 '하이킥'은 올 5월 서울 근교 공연에 이어 이번에 대구에서 트라이아웃(창작품을 본 공연에 앞서 테스트 형태로 공연하는 것) 공연을 한다.

"난타는 주방 소재, 점프는 무술 소재라면 '하이킥'은 축구를 소재로 했죠. 축구를 소재로 공연물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축구가 세계 어느 나라나 통용되는 인기 스포츠니까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자 기획했죠. 오합지졸 축구팀이 마지막에 승리하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코믹요소가 들어가죠. 90분간의 축구를 함축시켰죠." 설 대표는 이 작품을 내년에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출품하고 미국 브로드웨이에 공연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별도로 테디베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또 다른 넌버벌 퍼포먼스 '테디베어의 백조의 호수'도 현재 트라이아웃 공연 중이다.

설 대표는 요즘 창작뮤지컬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 라이센스 뮤지컬 공연 위주에서 창작뮤지컬 공연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 가장 대표적인 것이 뮤지컬 '천국의 눈물'이다. 이 작품은 현재 서울 등지에서 호응을 얻으며 활발한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원래 창작뮤지컬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게 선행돼야 했죠. 이제 시장이 어느 정도 커졌으니까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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