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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 푼다고 자사고 미달 사태 해결 안 돼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각종 제재를 풀 방침이다. 시'도 교육감 권한이던 전학과 편입학을 자사고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원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충원이 가능해졌다. 입학 전형의 시'도 교육감 승인 조항을 삭제했다. 교육과정 이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모든 권한을 자사고에 주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자사고 입시에서 전국적으로 무더기 미달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책 마련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이러한 방침은 자사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일의 선후가 맞지 않다. 자사고의 미달 사태는 자사고 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일반고의 3배에 이르는 수업료를 받으면서도 차별화한 교육과정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탓이다. 중요 교과 과목 자율 편성이라는 강점은 최근 대학 입시가 수시 전형 위주로 바뀌면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우수 학생이 몰리는 데에 대한 내신성적 불안을 줄이지 못했고, 자율형 공립고나 기숙형고가 늘어난 것도 자사고 지원자가 줄어든 원인이다. 무엇보다 학부모나 지원자로서는 수시와 정시를 망라해 대학 입시를 잘 준비할 수 있는 자사고를 원하지만 그 기대를 따라가지 못해 미달 사태가 생긴 것이다. 교과부의 이번 규제 해제가 근본 대책이 아니고, 시'도 교육감 권한을 줄여 교과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자사고가 자리를 잡으려면 각종 규제를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규제를 탓하기 전에 자사고 스스로 얼마나 차별화되고 효율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특정 과목 이수 시간만 많을 뿐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자사고라면 미달 사태는 매년 되풀이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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