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 한 번 제대로 자봤으면… '수면장애'

침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잠 설치게 돼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라 잠 못 드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고, 아침에 일어나도 피로감을 느끼는 등 수면장애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까만 밤 불면의 덫으로부터 탈출해 활기찬 내일을 만들어보자.

◆잘 자기 위한 환경을 만들자

잠을 편안하게 자기 위해서는 잠자리가 중요하다. 우선 침실의 온도와 습도에 주의해야 한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자주 깨게 된다. 다음은 빛과 소리에 주의해야 한다. 잠은 기본적으로 밤에 자는 것이므로 어두운 환경이 잠에 도움이 된다. 만약 어둠에 대한 불안이 있는 경우에는 침대등이나 콘센트에 꽂는 꼬마등 정도로 약한 빛을 켜 두는 것이 좋다.

소리에 대해서는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는 청각 자극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침실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오디오를 놓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잠이 안 온다고 켜두게 되기 쉽고 약간 졸리면 꺼야 한다는 강박감이 잠을 쉽게 들지 못하게 한다. 또한 시계도 잠자리에 두지 않는 게 좋다. 잠을 몇 시간 이상 꼭 자야 한다는 강박감, 잠자리에 든 지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될 수 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자

우선 규칙적인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수면도 일종의 습관이므로 항상 일정한 시각에 잠자리에 들고 일정한 시각에 깨어나면 숙면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교대 근무자나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일과 생활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일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잠자리까지 이어져 숙면을 방해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도 깨는 것이 좋다.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실패나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게 좋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고민만 깊어지고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다.

◆자기 전 유의 사항

숙면을 취하려면 저녁 식사는 잠자기 3, 4시간 전에 마치는 게 좋다. 저녁 식사를 늦게 할 경우 고기류는 피하는 게 좋다. 고기류는 대사를 높이는 기능이 강하고 소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잠을 오게 하는 영양소인 칼슘이나 단백질을 함유한 음식을 먹으면 좋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우유'치즈 등 유제품, 땅콩, 대두, 양상추, 시금치, 밤, 고등어, 정어리 등이 있다. 목욕으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40℃ 정도의 물에 20분 정도 목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목이나 어깨 결림 등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목욕 후 조금씩 몸이 차가워지면 졸음이 오므로, 푹 자기 위해서는 자기 전의 목욕이 효과적이다.

족욕도 효과적이다. 세면기나 물통에 40℃ 정도의 물을 붓고 15분 정도 발을 담그면 따뜻해져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한방치료

한방에서는 오장육부의 부조화로 인해 기혈(氣血), 음양(陰陽)이 균형을 잃어 불면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간장, 심장, 비장의 기능을 진단해 너무 과한 것은 내리고, 부족한 것은 채워 균형을 맞춰줌으로써 숙면을 유도한다.

치료 수단으로는 침과 한약을 주로 사용한다. 특히 많이 사용하는 사암침법은 조선시대 사암도인이 개발한 침법으로 보법과 사법으로 나뉜다. 보법으로 부족한 장기의 기운을 채워주고, 사법으로 넘치는 장기의 기운을 깎아내려 장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한약치료로는 장기의 불균형에 따라 온담탕, 소요산, 귀비탕 등을 사용하는데 무엇보다 명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민간요법으로는 호두죽을 끓여 먹거나 대추차'둥글레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대추 씨앗으로 만든 산조인차는 간장을 도와 숙면에 효과적이다. 물 2사발 정도에 볶은 산조인 40g 정도를 넣고 물이 3분의 1로 줄 때까지 달인 뒤 하루 3~5회 마시면 된다.

대구한의대 한방내과 김승모 교수는 "잠을 잘 못 드는 것은 내부 장기의 부조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규칙한 수면이 신체의 부조화를 초래하기도 한다"며 "만성적인 불면에 시달릴 경우 개인의 체질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잠 잘 자기 10계명

1.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2. 잠자리 소음은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3.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라.

4. 낮에 40분 정도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은 숙면에 도움이 된다.

5.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담배는 피하라.

6.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는 피하고 수분은 적당히 섭취하라.

7.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을 피하라.

8.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것을 배우라.

9. 잠자리는 수면과 부부생활을 위해서만 사용하라.

10. 잠자리에 들어 20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완하고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들어라. 잠들지 않고 잠자리에 오래 누워 있지 마라. 오히려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더욱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동산병원 신경과 조용원 교수

"잠은 우리 몸의 체온 유지와 뇌의 발달,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좋은 음식과 운동도 중요하지만 숙면을 취하면 성취욕과 생활의 의욕을 불러옵니다."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조용원 교수는 잠의 중요성과 더불어 수면장애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을 경우 고혈압'당뇨'뇌졸중 등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3, 4배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교수는 2006년 전국 만 21~69세 성인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수면장애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약 27.6%,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이 잠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광치료, 뉴로피드백 훈련 등을 포함한 수면클리닉을 열고 있다.

약물치료는 가장 간편하고 신속하지만 약물의 남용'의존'금단 등의 단점이 있어 그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설문지나 수면일기 등을 통해 수면장애의 원인을 파악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조절해 건강한 수면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것이다. 광치료는 빛을 이용해 뇌 멜라토닌과 뇌 전달물질 및 호르몬 조절로 수면주기를 맞춰주는 것이다. 낮과 밤이 바뀌는 교대근무자나 시차적응을 해야 할 때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뇌파 훈련을 통해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뉴로피드백이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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