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늬만 쇄신, 어림없다" 與 野 쇄신 전방위 충돌..소용돌이 속으로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쇄신 요구, '대통령 사과' 쇄신 연판장·黨 쇄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유증이 여야 쇄신 문제로 점화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과 정부까지 쇄신을 둘러싼 전방위 충돌국면을 노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쇄신논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여권 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참패 원인이 내곡동 사저 문제, 신지호 의원의 음주발언, 지나친 네거티브 전략 등에 크게 기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더이상 이대로는 안된다." "더 늦기 전에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한다." "무늬만 쇄신으로는 어림도 없다." 는 등의 여론이 봇물칠 정도로 정부 여당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번주 중 청와대의 조직개편과 차관급 인사설이 나도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대통령 사과' 등 혁신파의 쇄신 요구, '버핏세'(부유세) 도입 검토 논란, 여의도 중앙당사 폐지·조직혁신·공천개혁을 골자로 하는 지도부 쇄신안,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시기 등을 둘러싸고 계파간, 세력간 전방위 충돌이 빚어지면서 여권 전체가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특히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여권의 '잠룡'(潛龍)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쇄신 논쟁을 고리로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조기에 불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상찬 김성식 정태근 의원 등 혁신파 의원 3인은 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권 전체가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운영 기조 전환, 청와대 참모진 교체, 당 지도부의 사과 등을 공개 촉구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총 25명이 서명한 '쇄신 연판장'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전날 트위터 글에서 "소장파의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에 찬동하지 않은 의원들이 반대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의원은 '뜻은 같이하나 나서기는 좀..' 그런 것이기 때문에 '몇 명 불과' 이런 것은 곤란하다"며 소장파에 힘을 보탰다.

그는 특히 "노무현님이나 이명박님이나 다들 한 일도 많지만 민심이 돌아선 이유는 두 분 다 국민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닐까요"라면서 "그 다음부터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별무소용이다.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대표적 사례가 안하무인 인사다. 권력은 국민이 위임해 준 것인데 마치 자기 것처럼 내 맘대로 하면..."이라고 비판했다.

혁신파들의 청와대 쇄신요구에 대해 친이(친이명박)계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진정성을 인정하더라도 이게 최선이냐. 그렇게 절박하다면 대통령과 당대표가 직접 만나 얘기하면 안 되느냐"면서 "윽박지르듯 공개 연판장을 돌리는데 자신들은 책임이 없나. 자기희생이 없는 혁신 연판장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권영세 의원도 트위터 글에서 "일부 쇄신파가 청와대의 전면사과를 요구하면서 당엔 대표의 말실수 사과 정도만 요구하는 것은 여당의 책임회피이거나 여당을 그저 청와대의 하부조직 정도로 생각하는 그릇된 사고방식의 발로"라면서 "남 탓보다 자기반성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재 정무수석은 "청와대는 언제나 귀를 열고 의원들의 고언을 들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대통령이 국가 이익을 위해 해외에 머무는 동안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앙당사 폐지, 원외인사 및 민간전문가에 당직 개방 등을 골자로 한 당 지도부의 쇄신안을 놓고도 격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중앙당사 폐지 얘기는 국민이 아무런 관심이 없고, 비례대표를 '나가수식'으로 국민참여 경선하는 것은 쇼이고, 당직을 외부 인사에게 준다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당 체질을 바꾸고 구태정치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기 희생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 다음에 중앙당사 폐지나 외부인사에게 당직 개방 등이 따라가는 것"이라면서 "핵심은 제쳐놓고 눈에 보여주기 좋은 전시성 이벤트에 치우치는 부분은 내일 최고위에서 지적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와 함께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7일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미래한국국민연합 창립 1주년 기념 지도자 포럼에 참석,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쇄신"을 당에 주문할 예정이라고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선 정 전 대표가 줄곧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주자들의 쇄신 역할론을 언급해 온 상황에서 김 지사가 본격 가세함에 따라 대선주자 간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민주당에 이어 비정당인사들의 야권대통합 추진모임인 '혁신과통합'이 6일 본격적인 통합 활동에 들어갈 것임을 선언해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혁신과통합은 이날 대표단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마련한 '혁신적 통합정당'의 설계도를 토대로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친노(親盧) 세력과 시민사회 진영의 야권 대통합파 모임인 혁신과통합은 9월6일 발족 이후 지역조직 건설과 통합정당의 청사진 마련에 역점을 뒀지만 이제는 통합 성사작업에 '올인'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번 제안은 이달초 민주당 지도부가 야권 대통합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3대 추진방안을 발표하는 등 통합작업에 나선 것에 대한 화답 성격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야권 대통합의 양대 축인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모두 본격적인 통합활동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혁신과통합은 이날 회견문에서 "민주당이 최고위원회 결의로 통합의 길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고 평가했고, 민주당 역시 대변인 논평에서 "큰 틀에서 민주당의 제안과 방향을 같이하고 있어 좋은 성과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간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통합정당의 지도체제가 어떻게 구성될지 여부는 내년 총선의 공천이나 대선가도의 역학구도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은 대통합의 성사를 위해 협력해야할 관계지만 총선 공천이나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경쟁해야할 상대이기도 해 불가피하게 마찰음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노당, 진보신당 탈당파, 참여당 등 진보정당들은 여전히 당을 합치는 통합에 부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선거 때 단일후보를 내는 '선거연대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정당은 한 번 무산됐던 '진보소통합' 재추진 작업을 진행하며 야권 대통합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내에서는 진보정당들이 대통합 참여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각자도생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선(先) 중통합 이후 이들 정당과 협력의 수준을 높이는 단계적 통합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대통합 참여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마지막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고, 혁신과통합 관계자도 "진보정당끼리 합쳐서 그냥 가면 영영 통합의 기회가 없어 한번 더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미디어국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