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의 맛, 우리도" 운동모임 장애인 대구에 5천여명

다시 서는 대구 장애인 체육

댄스스포츠 장혜정(장애인), 이재우(비장애인)가 이번 전국체전 혼성스탠더드퀵스템 경기에 출전, 은메달을 땄다. 댄스스포츠는 장애인 체육 종목 중 유일하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이다. 대구시장애인체육회 제공
댄스스포츠 장혜정(장애인), 이재우(비장애인)가 이번 전국체전 혼성스탠더드퀵스템 경기에 출전, 은메달을 땄다. 댄스스포츠는 장애인 체육 종목 중 유일하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이다. 대구시장애인체육회 제공
임우근 선수가 지난 4월 9일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수성못을 횡단했다. 임우근은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 평영 1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임우근 선수가 지난 4월 9일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수성못을 횡단했다. 임우근은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 평영 1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탁구 차세대 유망주인 김경영 선수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복식, 단체전 등 2관왕을 차지했다.
탁구 차세대 유망주인 김경영 선수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복식, 단체전 등 2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4월 9일. 제법 날씨가 쌀쌀했지만 한 청년이 수성못을 헤엄치고 있었다. 못 둑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어느새 이 청년을 응원하며 성공적인 횡단을 바랐다. 이윽고 이 청년은 목표 지점에 도착했고, 부축을 받으며 뭍으로 올라왔다. 그 순간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깜짝 놀라 눈시울을 붉혔다.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청년은 물에서 나온 뒤 지켜보던 시민들을 향해 절규하듯 외쳤다. "장애인 체육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저는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임우근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평형 100m 4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내년 런던올림픽 메달 기대주인 임우근(25)은 장애인 체육을 알리기 위해 수성못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대구는 한때 '장애인 스포츠 메카'를 자처했다. 휠체어 농구, 테니스, 조정은 대구에서 시작, 활성화된 뒤 전국으로 확대됐다. 장애인전국체전이 대한장애인체육회 주관으로 바뀐 이듬해인 2007년만 하더라도 대구는 종합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애인체육 도시였다. 그러나 2008년 6위, 2009년 8위, 지난해엔 급기야 11위까지 곤두박질 쳤다. 이유는 지원 부족. 2007년만 해도 16개 시'도와 배정된 예산이 비슷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시'도가 예산을 증액하는 사이 대구는 5년 동안 정체되면서 장비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 스포츠는 비장애인 스포츠와 달리 최고의 실력을 갖췄더라도 장비 차이 하나로 결과가 뒤바뀌는 등 실력 차이가 현격하게 난다. 대구시장애인체육회의 1년 예산은 시 보조금, 국비, 후원금 등 모두 합쳐도 14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태균 대구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휠체어 럭비의 경우 일반 휠체어와는 다른 고가 장비인데 그 성능에 따라 경기가 좌우된다. 대구의 경우 휠체어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시합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는 사격과 배드민턴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지원은 후순위로 밀리더라도 장비가 없어, 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는 장비를 갖고 대회에 나가는 비참한 상황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를 즐기거나 훈련할 장소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휠체어 등 장비를 가지고 움직이는 종목이 많아 바닥 등 시설 손실 우려 때문이다. 하 처장은 "장애인들은 떠돌이 신세다. 장애인 전용까진 아니더라도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는 꼭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올해 다시 일어섰다. 대구시 장애인 선수들은 지난달 17~21일 경남에서 열린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54개, 은 34개, 동 60개로 9위를 차지했다. 휠체어 테니스, 파크 골프, 볼링 등 3개 종목은 종합 우승했고, 김정석'정지영(탁구), 전무홍(수영), 김대관(육상) 등 4명은 3관왕에 올랐다. 전무홍'김윤선'임우근(수영), 이명희'김대관(육상), 박은영(역도) 등 6명은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체육회와 가맹단체, 선수들의 소통과 열정,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다. 체육회는 전 직원 종목 담당제를 통해 현장의 선수 상태를 점검하고 타시도 비교 분석에 2개월 이상 투자하는 등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준비했다. 또 '참가에 의의를 두는' 종목을 과감히 제외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수단을 축소하는 등 전문성도 강화했다.

생활 체육도 마찬가지다. 체육회의 존재 이유가 '장애인들의 참여'인 만큼 직접 현장을 발로 누비며 생활 체육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했다. 생활 체육에 참여하고 있는 등록 회원 수는 5천여 명으로, 종목별 클럽에 소속돼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이 중 2천55명은 올 1월 한 달간 체육회 직원이 병원과 복지관, 장애인 시설 등을 직접 찾아가 장애인들을 만나 등록시켰다.

다행히 대구시에서도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근엔 대구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체육회 소속 실업팀 창단이 확정됐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창단 예정인 장애인 탁구팀은 연간 2억원을 지원받아 실업팀을 꾸리게 된다.

대구시장애인체육회 이재경 총무과장은 "실업팀 창단은 대구 장애인 체육에 큰 힘이 된다. 장애인 선수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부족한 예산에도, 이번 체전을 통해 대구가 여전히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만큼 지원이 좀 더 확대되면 다시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장애인체육회는 2013년을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 전국체전이 대구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체전이 열리는 만큼 체육 여건이 더 좋아져 대구 장애인 체육이 한층 더 발전하고 다시 일어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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