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회의 모태는 1893년 설립된 '대구제일교회'다. 그렇다면 대구 교회 가운데 클래식의 모태는 어디일까. 답은 '대구중앙교회'(대구 북구 침산3동)다. 이 교회는 1979년 대구 교회 가운데 처음으로 지금의 오케스트라 전신인 성(聖) 5중주단을 발족했다. 대구중앙교회 오케스트라는 지금도 20명의 고정 단원으로 30여 년의 전통을 이어 예배는 물론, 매년 2차례 정기연주회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교회는 전통적으로 음악인들이 많이 모였고 이런 특징을 활용해 음악 활동이 무척 활발하다.
그렇다 보니 대구중앙교회는 '음악으로는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 교회는 이런 자부심을 바탕으로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12월 11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성탄절 특집 음악회 '러브 크리스마스'를 공연하는 것. 교회 자체적으로는 음악회를 줄곧 열었지만 이번처럼 외부에 공개된 음악회는 처음이라고 한다. 가수 BMK 등 유명인과 교회 자체 음악팀으로 꾸며지는 이 음악회는 다문화가정 300명을 초대하고 일반인을 관객으로 하는 행사다. 박병욱(54) 담임목사는 "이번 음악회는 다문화가정을 초대해 하나님의 사랑을 베푼다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 교회 음악 역량을 사람들에게 한껏 과시하는 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구중앙교회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1999년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 10명을 모아 바이올린을 대여하고 가르쳤던 예능교실을 모태로 해 5년 전 지금의 위치로 옮겨오면서 본격적으로 운영한 선교교육문화센터가 그것이다. 음악과 미술, 어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 강좌에 강사 33명, 수강생 450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음악 분야는 대금, 단소, 해금 등 국악과 바이올린, 비올라, 성악 등 서양음악, 드럼, 통기타 등 실용음악 등 거의 모든 악기를 강좌로 개설하고 있다. 대구중앙교회는 문화센터 강좌를 통해 실력을 키운 학생들로 주니어 오케스트라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이곳 문화센터의 장점은 무엇보다 월 2만원의 저렴한 수강료. 박 목사는 "교인들 가운데 음악 분야의 유학파나 대학교수들이 많다. 그들이 강사로 나서 수업의 질이 우수한데다 수강료가 싸다 보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강사로 나선 교인들은 일종의 재능 기부를 하는 것. 더욱이 수강 자격에 제한이 없다. 오히려 교인들보다 일반인들이 1순위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장승희(39'여'대구 달성군 다사읍) 씨는 이 교회 교인이 아닌데도 2명의 아들을 데려와 2년째 바이올린 수업을 듣고 있다. 장 씨는 "일반 문화센터보다 수강료가 싸고 가르치는 분들과 하나의 공감대도 형성돼 무척 좋다"고 했다.
1999년부터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홍희주(41'여) 집사는 "요즘 학교에서는 너무 공부 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아이들이 편하게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다. 아이들이 부담없이 음악과 친숙해지도록 돕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곳 문화센터는 입소문을 타고 대구는 물론, 경북 영천이나 안동에서도 온다고 한다. 지난해 1월에는 베네수엘라에서 촬영도 하고 갔다. 베네수엘라에서 청소년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삶을 변화시켜 온 음악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해외 사례로 이 교회를 찾아온 것이다.
박 목사는 교회가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음악을 통해 교회 문턱이 낮아지고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 및 대화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세상과 더 많이 나누고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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