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아픈 마음은 장애인이 잘 알아요. 장애인들에게 직업재활의 기회를 줘서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구시 남구 대명3동에서 장애인 보장구를 제작하는 '성모의지 재활연구소'의 곽동주(49) 대표는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아저씨'로 통한다. 성모의지 재활연구소에는 전 직원 28명 중 장애인이 16명이다. 건물 2층과 5층에 마련된 보장구 제작 작업장에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재봉틀 앞에서 바느질을 한다.
"장애인 직원 중에 지체장애인이 가장 많지만 지적장애인'뇌졸중 장애인도 7, 8명이나 됩니다. 50대 장애인도 3, 4명 되고요. 장애인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비장애인보다 뜨거워요. 손길 하나하나 얼마나 꼼꼼하게 작업하는지…."
곽 대표도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중학교 때부터 지금껏 보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경북실업전문대를 다니다 중퇴한 후 장애인 보장구 전문업체에 취업해 7년 정도 근무한 곽 대표는 1992년 장애인 자활을 돕고 보다 편리한 보장구를 만들기 위해 보장구 업체를 직접 창업했다. 업체 설립 18년 만에 현재 대구 보장구 업체 16곳 중 인원 및 매출 규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주력 품목은 의수'의족 제작이지만 치료용 보조기도 처음 개발해 병원에 납품해오고 있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일하지만 화합이 잘돼 작업장엔 항상 웃음꽃이 넘쳐요. 서로 형, 동생처럼 지내며 많이 배려하지요."
그의 작업장은 지난해 장애인공단으로부터 장애인 직업재활 표준사업장으로 지정받았다. 공단 측에서 시설, 장비를 지원받은 덕분에 기존 6명에 추가로 10명의 장애인을 더 고용할 수 있었다.
"옛날 보장구는 잘 맞지 않아 착용감이 아주 불편하고 무게도 무거웠죠. 그래서 가볍고 견고하고 편리한 보장구를 만들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그는 새로운 보장구 연구'개발에도 열정을 쏟았다. 미래대 재활공학과와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소아하지 교정장치, 의족 완충장치 등 특허품도 6개나 출원했다. 특히 특수신발, 특수 깔창 등 족부 보조기는 국내 보장구 업체 중 제일 먼저 도입해 제작·공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재활 분야 박사과정도 밟아볼 생각이다.
"대부분 보장구는 아직도 독일, 미국, 일본 등지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죠. 우리나라가 손재주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품 개발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곽 대표는 고가의 수입 보장구를 대체할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수입 경기용 휠체어는 대당 가격이 500만원을 넘고 의수·의족도 300만원에서 1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그래서 정부에서 조금만 보조를 해주면 국산 기술로 수입 가격의 50, 60% 수준에 맞춰 보장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장애인 체육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 1995년에 테니스에 입문해 1997~2004년 장애인 올림픽 국가대표 활동도 했다. 당시 세계대회에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전성기 땐 세계 랭킹 38위까지 올랐다. 올해는 제31회 전국 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도 땄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픈 대회에는 계속 출전할 생각입니다. 테니스는 건강 유지에도 좋으니까요."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3, 4일은 두류공원 테니스장에 나가 장애인 동호인들과 테니스를 즐긴다고 했다.
2005년 대구 장애인 체육회를 설립한 장본인인 그는 대구휠체어 농구팀 창단멤버이기도 하다. 현재 대한장애인 테니스협회 부회장, 대한장애인 당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의 정치적 관심도를 높여주기 위해 대구 장애인 정치포럼도 창립해 운영중에 있다. 장애인의 보행권 확보를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대구 남구의회 5대 의원직 재임 당시 장애인들이 본의회장을 방청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신축 건물 허가 시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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