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서당에 다닐 때 스승님으로부터 "욕심에는 반드시 재앙이 따르는데, 세 가지 욕심에는 화가 없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 세 가지 욕심은 욕서(慾書), 욕사(慾師), 욕람호산수(慾覽好山水)이다.
욕서(慾書)는 책을 욕심내는 것이다. 책은 아무리 욕심을 내어도 화가 없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욕심은 오히려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래서 좋은 책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천금을 들여서도 구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욕사(慾師)는 스승에 대한 욕심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배움이 많은 스승은 제자를 성장시킨다. 그래서 훌륭한 스승이 계시면 천 리를 멀다고 여기지 않고 찾아가서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욕람호산수(慾覽好山水)는 좋은 산수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다. 좋은 산수 경치를 아무리 구경해도 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산수가 있으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틈을 내어 찾아가서 구경하라는 뜻이다.
2007년 삶쓰기 100자 운동을 시작하고 난 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합할 수 있는 책쓰기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책 쓰는 과정을 소개한 교육 자료는 시중에 많았다. 그러나 학생용 책쓰기 교육 자료는 거의 없었다.
학생들의 책쓰기는 성인의 책쓰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생 책쓰기는 단순히 책을 쓰고 출판하는 교육이 아니다. 책쓰기를 통해 학생들의 꿈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료조사, 읽기, 전문가 인터뷰, 저작권 교육 등의 다양한 교육적 장치가 들어가야 한다.
고민하고 있던 중 서울에서 열린 독서 전문가 회의에서 '책따세' 대표 허병두 선생님을 만났다. '책따세'는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의 모임'의 줄인 말이다. '책따세'는 독서 철학과 권위를 분명하게 지닌 단체다. 허 선생님은 이 단체의 대표였다. 허 선생님은 어린 시절부터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장부에 달아 놓으면, 부친이 책값을 갚아 주는 독서 환경에서 자랐다. 이런 환경과 오랜 독서로 놀라운 독서 내공과 식견을 가진 분이다.
회의 중 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책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에서도 책쓰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교육청에서 정책을 실시하면 전시 행정으로 흐르거나 담당자가 바뀌어 곧 흐지부지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은 고려시대의 청기와 장수처럼 청기와를 만드는 기술을 갖고 죽을지언정 제대로 된 단체나 사람이 아니면 책쓰기 교육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거절에도 불구하고 설득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서울 출장 때 선생님이 재직 중인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도 참관하면서 책쓰기 프로그램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1년 동안 친분을 쌓으면서 전시 행정으로 가질 않을 테니 도와달라고 했다. 겨우 선생님의 마음 얻어 2008년 여름방학 때 대구 선생님을 대상으로 30시간의 책쓰기 연수 계획을 잡았다. 대구의 학생저자 10만 양성이라는 책쓰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욕사(慾師)가 대구 책쓰기 교육을 열었다.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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