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찾아온 인디언 서머를 무시하듯, 산과 들을 오색 빛깔로 물들이며 가을은 깊어 가고 있다. 주위는 온통 노란 은행잎이 황금빛 길을 만들고 낙엽들은 바람을 타고 뒹굴며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만추(晩秋)를 느낀다.
어둠이 붉은 노을을 삼키던 퇴근시간 차 안에는 Rebecca Luker의 'Ave Maria' 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득 지난 2009년 9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식이 떠올랐다. 앙드레 김의 '오페라 人패션'으로 5가지 주제에 맞는 오페라 아리아가 객석에 울려 퍼지고 앙드레 김 패션쇼가 시작되던 그날의 감동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애틋하고 아련한 그리움에 가슴을 어루만지다 보면 뜨거운 정열의 박동이 용솟음치고, 화려한 유혹에 취하다 보면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하게 되는, 앙드레 김의 패션쇼는 마침내 손끝에 이르러 뜨거운 갈채를 쏟아내지 않을 수 없는 한편의 대서사시이며 완벽한 종합예술의 절정이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애절한 그리움을 남기는 꿈의 파노라마 국경을 초월하고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이 영원히 동경하는 환상의 쇼와 웅장하고 화려한 오페라 음악과 앙드레 김 의상의 조화는 많은 관객들이 오페라 장르에 친근하게 다가갈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앙드레 김이 타계한 지도 1년이 지났다. 그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문화예술가였고 패션디자이너였다. 특정 장르만을 고집하지 않고 음악(대중음악'클래식), 미술, 무용, 문학,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았으며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직접 표를 구매하여 공연장을 찾았다. 그는 어려운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히기도 했으며 예술인들을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생활에서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여 실천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가까운 우리 주위에서도 예술발전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2010년 4월부터 대구예총에서는 예술소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월 1권 이상의 책을 읽고, 월 1회 이상 공연장(영화관)을 찾고, 월 1회 이상 전시장을 찾고 있다. 문화예술이 우리 삶에 있어 중요한 만큼 예술소비가 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우리 문화의식 또한 발전시킬 것이다. 예술소비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와 함께 우리 문화예술의 미래는 밝게 빛날 것이다.
이 정 희 예전아트센터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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