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철도 3호선 공사 중 도시가스 배관이 파손돼 가스가 누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995년 102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의 악몽이 재연될 뻔했던 위험천만한 사고였다. 더구나 3호선 공사 구간 전역에 걸쳐 가스 누출 사고가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적잖아 대구시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고 경위는?
8일 오전 5시쯤 대구 수성구 범물동 동아백화점 수성점 앞 도시철도 3호선 공사 현장에서 굴삭기 작업중 도시가스관이 파손됐다. 대구 도시철도건설본부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교각 아래 하수 박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기존 하수박스의 배수 용량을 늘리기 위해 대형 박스로 교체하는 공사를 하기 위해 굴삭기로 땅을 긁어내는 과정에서 30cm가량 아래 묻혀있던 지름 500mm 상수도관이 5cm쯤 파손된 것. 이후 인부들이 상수도관 보수를 위한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깨는 과정에서 30cm가량 떨어져 매설돼 있던 지름 200mm 도시가스 배관을 건드리면서 가스가 누출됐다.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바로 인근에 있던 가스 밸브를 차단했고,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대성에너지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40여 분 간 복구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도시가스 공급이 잠시 중단됐지만 우회배관을 통해 가스 공급이 재개됐다. 사고가 난 상수도관을 이용해 수돗물을 공급받던 인근 8천여 가구는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두산오거리 인근의 예비 관로를 활용해 급수를 재개하면서 이용에는 큰 불편이 없었지만 2천여 가구는 수압이 평소보다 약해져 불편을 겪었다. 파손된 상수도와 도시가스 배관은 이날 오전 10시쯤 복구 공사가 완료됐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도시가스 배관이 묻혀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큰 사고 없이 복구는 끝났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3호선 공사 구간 내에 묻혀 있는 지하매설물의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19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이후 지하 구조물의 도면이 전면 재작성됐지만 사고 이전에 설치된 매장물에 대한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사고가 난 도시가스 배관도 설치된 지 20년이 지나 대략적인 위치만 알고 있었을 뿐 정확한 매설 장소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도시철도건설본부는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3호선 구간 전역에 오래된 지하 구조물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3호선 공사 이전에 사고 위험이 있는 옛 매설물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지하매설물이 있는 장소에는 관련기관·업체 직원들이 입회한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공사를 하고 있지만 도면에도 정확하게 표시돼 있지 않은 매설물이 많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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