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홀몸노인 공동주거사업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2000년 7%의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래 꾸준히 증가하여 2011년 11%를 상회하고 있으며 6, 7년 후에는 14%에 해당하는 고령사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인인구의 증가로 수반되는 현상은 한둘이 아니겠지만 특히 홀몸노인의 증가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체 노인의 약 16%에 해당하는 54만여 명이었던 2000년 홀몸노인은 지난 10년 사이 급속하게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106만여 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여 약 20%에 이르고 있다. 지역 사회의 홀몸노인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여 대구와 경북지역은 19.5%와 25%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홀몸노인 비율이 2020년에는 30% 그리고 2030년에는 4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홀몸노인의 80%가 여성 노인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노인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흔히 네 가지 고통이라 불리는 경제적 어려움, 건강문제, 역할상실 그리고 소외 등이며 홀몸노인들의 고통은 일반노인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5.1%로서 OECD회원국 평균 13.3%의 거의 3.4배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매우 열악한 처지에 있으며 특히 홀몸노인은 일반노인들보다 형편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노인들의 질병 발병률은 49%인데 비해 홀몸노인들의 발병률은 60%로서 일반노인들에 비해 질병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더 중한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관계가 취약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되어 방치되면 고립감과 우울감이 상대적으로 높기 마련이다. 그 결과 혼자 사는 노인들은 자살률이 높으며 고독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2명으로 OECD회원국중 가장 높으며 회원국 평균보다 5, 6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자살자 수는 약 4천500명으로 전체자살자 1만5천500여 명의 30%에 해당하며 지난 20년간 무려 14.3배 증가했다. 정확한 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방치된 노인들이 쓸쓸히 홀로 죽어가는 고독사 역시 해마다 늘어가고 있으며 이웃한 일본은 해마다 약 1만5천 명 이상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제반 문제들을 발생케 하는 홀몸노인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홀로 사는 노인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도록 공동주거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홀몸노인들의 대부분은 화재나 긴급한 일이 발생하게 되면 대처능력이 없으며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고립된 생활을 하며 외롭고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므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사회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동생활 공간을 마련하여 홀몸노인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경찰서, 119구조대, 관공서, 사회복지관과 지역사회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유기적으로 대처해 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홀몸노인들이 공동주거 생활을 하게 되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외로움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독사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타 지역의 몇몇 기초자치단체에서 홀몸노인 공동주거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 지역 사회에는 홀몸노인들을 위한 공동주거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곳이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최근 청도군이 홀몸노인을 위한 공동주거의 적합모형을 찾아내기 위하여 관학 합동세미나를 주최하는 것은 지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홀몸노인의 문제는 더 이상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어쩌면 10년 혹은 20년 후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김한곤/영남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인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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