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기암 환자들의 대모' 계명대 동산병원 암센터 송미옥 운영지원팀장

통증과 죽음 앞둔 충격 최소화…"평안한 임종 유도 최선"

"죽음 앞에서 의연한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말기암 환자가 겪는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충격은 인간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만큼 가혹합니다."

지난달 29일 한국호스피스협회 회장에 선출된 계명대 동산병원 암센터 송미옥(56) 운영지원팀장은 1987년 영남지역 최초로 동산병원에서 호스피스(hospice·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의술(延命醫術)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활동)회를 조직한 경력 34년의 베테랑 간호사이다.

송 팀장이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가 된 것은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경험에서 비롯됐다. 회복 후 그는 중환자실에서 병마로 죽음을 앞둔 이들과 그 가족을 돌보는 호스피스가 되기로 결심했다.

"말기암 환자들에게는 환자 돌봄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 가족까지 돌보는 '전인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2005년 호스피스 지원 사업법에 따라 암센터 입원환자는 물론 대구지역 보건소와 연계해 가정에서 임종을 기다리는 223명의 암환자 명단을 입수, 가정 호스피스제를 실시했고 현재는 73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말기암 환자들은 사후 남은 가족 걱정과 미안함 같은 심리적 요인으로 통증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호스피스 팀이 환자의 걱정을 처리해 주면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보았다"며 평안한 임종을 맞는다는 것.

그는 남편을 간암으로 잃은 40대 여성 말기 위암 환자 이야기를 전했다. "환자가 친척도 없이 남겨질 어린 세 남매 걱정으로 마약성 진통제마저 듣지 않아 통증으로 몸부림쳤을 때 호스피스 팀이 사후 아이들의 학비와 후원, 주거 대책을 세워주자 비로소 진통제가 효과를 보였고 결국 환자는 평안하게 임종을 맞았습니다."

송 팀장이 속한 계명대 동산병원 암센터 호스피스운영위원회는 간호사 14명, 의사 8명, 사회복지사 3명, 성직자 2명, 일반 자원봉사자 98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임종을 앞둔 환자 돌봄서비스와 환자 가족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 사후 남게 될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역 봉사단체와 연계해 입체적으로 돕고 있다. 위원회는 또 수시로 바자회, 후원자 연결, 기금마련 행사 등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직원들로 암환자의 운동, 식생활, 심리적 상담을 전담케 하는 '멘토코칭제'를 실시해 의료 선진국보다 앞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끝까지 환자를 치료하려고 노력했던 의사마저도 환자가 죽으면 고통을 받는 게 암입니다. 저도 3천여 명의 임종을 지켜본 후 임종 횟수를 세는 걸 그만두었습니다. 죽음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게끔 전인적 접근으로 환자를 돕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동산병원 암센터는 현재 16병상의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을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호스피스 병동은 '죽으러 가는 곳'이란 인식 때문에 치료불가 판정을 받은 암환자들도 등록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짧은 여생이지만 삶의 질을 높이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돕고, 사별 가족들이 하루빨리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호스피스 제도는 더 뿌리내리고 발전돼야 합니다."

송 팀장은 호스피스 봉사와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로 국무총리상(1994년), 대통령 표창(2008년) 외 많은 표창을 받았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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