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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포격 1년 ④피란민 지원시스템 개선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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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포격 1년 ④피란민 지원시스템 개선됐나

연평도 포격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돼 가지만 유사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이나 주민 피란시설 확충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피란민이 동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지원 대책은 모호한 실정이며, 대피소 신축 공사 또한 공기를 맞추는데 급급해 자칫 부실 공사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피란민 어디에 수용? = 연평도 사태처럼 1천명이 넘는 대규모 피란민이 동시 발생할 경우 이들을 어느 공간에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기준이 없다.

연평도 포격 직후 주민들은 서둘러 섬에서 빠져나왔지만 피란시설이 미흡한 탓에 인천의 한 찜질방과 경기도 김포의 미분양 아파트, 연평도 내 임시주택을 전전하며 피란 생활을 해야 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당시 연평도 주민의 98%인 1천400여 명이 사건 발생 3일 만에 섬을 탈출하자 주민들이 거주할 피란처를 찾느라 진땀을 흘렸다.

인천항 인근 숙박업소를 수소문했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시내 대형 찜질방에 임시 피란처를 마련했다.

주민들은 소음과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지만 대안이 없어 한 달 가까이 찜질방에서 지낸 뒤에야 경기도 김포의 미분양 아파트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련 업체, 유관 기관 등과 협조를 통해 비상사태시 대규모 피란민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평소에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숙박업소는 물론 공공기관·기업체 수련원들도 유사사태 발생시 피란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섬 밖 대피에 관한 매뉴얼 미비 = 옹진군은 지난 2월 북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주민 대피계획 등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이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새 매뉴얼에 따르면 연평도 주둔 군부대는 적의 공습이 예상될 경우 면사무소로 즉시 연락하고 면사무소는 대피 안내 방송을 내보낸 뒤 주민들을 대피소로 유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북한군이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으로 포 사격을 했을 당시 매뉴얼 행동요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바람에 연평도에서는 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면사무소의 대피방송은 없었고 주민들은 포 소리를 들으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사태가 진정된 뒤 군에서는 면사무소에 대피방송을 하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고, 면사무소에서는 '대피소로 대피하라'는 구체적 행동지침을 통보받지 못해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섬 내 대피가 아닌 섬 밖 탈출을 요구할 경우 구체적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합동참모본부, 옹진군은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1년째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세 기관이 만일의 사태 때 서해5도 전체 주민 1만여 명을 섬에서 빼내 집단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철수 시기의 결정과 그 판단 주체, 관련법규 등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피소 신축사업 졸속 우려 = 서해5도에 건설 중인 현대식 대피소도 부실 공사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옹진군은 530억원을 들여 연평·백령·대청도 등 서해 5도에 대피소 42곳을 신축하고 있다.

신축 대피소는 화장실, 주방, 자가발전기 등을 설치해 주민이 며칠 동안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옹진군은 올해 연말까지 대피소 신축을 모두 마치는 계획으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는 부실 공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연평도 포격 1주년 행사에 맞추기 위해 옹진군이 계획보다 공사기간을 단축해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주민 최모(37)씨는 "대피소 신축을 무리하게 서두르면 부실 공사 위험을 높이는 것이 당연한데 주민의 안전보다 포격 1주년 행사를 더 중요시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신축 중인 대피소에 의료장비 등을 갖춘 비상진료소 설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서해5도에는 외과 전문의가 1명도 없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긴급 수술이 필요한 민간인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지금처럼 함정·헬기를 이용해 육지 병원으로 후송하거나 군 의무중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낙도 특성상 상시적 응급 의료시스템 구축은 어렵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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