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구단 대구FC의 활로는] (1)시민구단의 한계와 전망

"팬들과 호흡하며 교감하는 팀으로 거듭나자"

대구FC는 2002년 월드컵 성공 후 축구 붐이 조성되면서 만들어졌지만 재정난 등 시민구단으로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대구FC 창단 당시 이대섭 초대 단장과 박종환 초대 감독이 구단 기를 흔들고 있다. 대구FC 제공
대구FC는 2002년 월드컵 성공 후 축구 붐이 조성되면서 만들어졌지만 재정난 등 시민구단으로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대구FC 창단 당시 이대섭 초대 단장과 박종환 초대 감독이 구단 기를 흔들고 있다. 대구FC 제공

대구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대구FC다. 대구시민이 직접 주주로 참여해 만든 '시민구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도 대구의 프로스포츠 팀이긴 하지만 기업구단이라 엄밀히 말해 대구시민의 구단은 아니다. 또 프로농구단은 대구를 떠났다.

그런데 시민이 주인인 대구FC가 위기다. '없는 살림'에다 성적 부진, 시민 외면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며 신음하고 있다. 대구FC가 다시 시민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시민구단도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시민구단인 대구FC의 한계와 희망, 나아갈 방향 등을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1)시민구단의 한계와 희망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 후 축구 붐이 일면서 대구FC 창단이 급물살을 탔다. 이전에도 프로축구단 창단 논의 및 시도가 있었지만 월드컵 직후 대구스타디움 활용 방안이 대두되고, 대구시민들의 축구 열기를 이어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지부진하던 창단 준비가 곧바로 가시화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축구를 통해 시민들에게 좋은 여가 기회를 제공하고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것이 창단 의도였다.

월드컵 개최를 통해 생긴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3년 대구시민들을 주주로 야심 차게 시민구단 대구FC의 문을 열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가난과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환호하던 대구시민도 하나 둘 대구FC를 외면하고 떠나기 시작한 것.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과 중장기적인 비전이 없다 보니 한해살이라는 벅찬 현실 앞에 허덕였고, 성적도 곤두박질쳐 한 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기업구단과 달리 시'도민구단은 기본적인 수입 구조가 없어 해당 지자체의 지원과 기업체들의 후원에 의존해야 하지만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적고 기업들이 외면할 경우 구단 운영 재원을 확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승부 조작 등 악재와 국내 축구 침체 등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면 더욱 큰 타격을 받는 것도 시'도민구단이다.

대구FC 창단 멤버인 석광재 대구FC 사무국장은 "시민구단의 존재 이유는 시민이다. 시민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구단이 돼야 한다. 시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시민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시민구단은 존재 의미가 없다"며 "그러나 열악한 재정 상황과 하위권의 성적 등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민구단의 한계를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기호 한국축구연구원 원장은 "시'도민구단이라고 해서 별다른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계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시민구단은 말 그대로 시민들에게 '나의 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여가 문화의 아이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단추를 잘 끼워 몇 년간 유지하면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할 수 있다. 실전 투입이 가능한 우수 선수를 확보해 운영하는 동시에 유망주를 전력 선수로 키우고, 이들을 이적시켜 확보한 수입금으로 또 유소년을 키워 팀 전력을 메우는 것이 시민구단의 롤모델인 만큼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선투자로 시스템만 갖춰놓으면 이상적인 시민구단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스타급 선수가 생기면 타 구단으로 이적시켜 운영비 마련에 급급했고, 선수 육성이나 보강을 하지 못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선수에 대한 선투자로 '육성과 이적' 시스템만 안정되면 대구FC도 대구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또 대구시는 육상도시 등 스포츠 도시를 표방'지향하고 있는 만큼 프로축구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애향심과 자긍심을 심어줄 당위성도 있다. 특히 대구FC는 시민구단인 만큼 더욱 의미가 있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더 넓다.

대구시축구협회'대구시축구연합회 등 지역 축구단체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치근 씨는 "대구FC가 시민구단으로서 사랑받기 위해선 구단 및 선수단, 시민, 지자체 지원 등이 삼위일체가 돼 힘을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며 "설사 성적이 좋지 못하고, 지더라도 경기 내용이 좋으면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시민구단의 장점을 잘 살리면 시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대구FC의 부활을 위해선 시민을 축구장으로 불러들이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먼저 지역에서 조기축구인(1만 명) 등 축구와 관련된 시민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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