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따뜻한 11월, 겨울옷이 안 팔려요"

11월 중순까지 늦여름, 초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상품을 내놓은 유통업체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울상이다.
11월 중순까지 늦여름, 초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상품을 내놓은 유통업체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울상이다.

"날씨야, 얼른 추워져라."

대학생 장효정(22'여) 씨는 지난 주말 친구와 함께 백화점에 들렀다. 여성의류 매장에는 온통 두꺼운 겨울 외투들이 걸려있었다. 장 씨는 이것저것 살펴보기만 하다 옷을 사지 않고 백화점을 나왔다. 장 씨는 "낮에는 외투를 손에 들고 다녀야할 만큼 더운데 두꺼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겨울옷 쇼핑을 위해 용돈을 모아뒀는데 11월 말은 돼야 코트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이 예년보다 따뜻한 11월 날씨로 울상을 짓고 있다.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이란 예보에 따라 겨울용품 물량을 늘렸지만 따뜻한 날씨 때문에 매출이 격감한 탓이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대구지역 평균기온은 15.0℃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도보다 5도가량 높았다. 4일의 경우 낮 최고기온이 25.4도에 달해 늦여름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추울 것이란 예보로 예년보다 모피, 코트 등 겨울의류와 난방용품 물량을 크게 늘렸지만 아직 찾는 손님은 많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겨울의류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10~20% 정도 하락했다. 대형마트도 지난해 대비 난방용품 물량을 30% 늘려 준비했지만 판매는 오히려 32% 줄었고, 겨울의류도 22%가량 매출이 떨어져 일부상품은 이미 가격인하에 들어갔다.

중구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는 정 모(34'여) 씨는 "의류업은 계절을 앞서가기 때문에 보통 10월 중순부터 시작해 코트 등의 겨울의류가 불티나게 팔린다"며 "계절에 맞춰 겨울상품으로 절반 이상 물량을 교체했는데 날씨가 워낙 따뜻해 손님들이 얇은 겉옷이나 가디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는 다른 제품들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겨울용품 구매객이 늘면 다른 물건도 함께 구입하는 2차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내방객이 조금이라도 많은 것이 곧 매출로 연결되는데 이상기온이 발생하면 겨울용품뿐 아니라 전체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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