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 포구 한쪽이 복어(밀복)로 가득 찼다. 세진호(29t급) 갑판장 이상범(42) 씨가 복어를 가득 담은 상자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았다. 잡아 온 복어가 10t가량 된다는 소리에 선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퍼졌다. 세진호에서 내려놓은 복어를 다듬는 아주머니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당 8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으니,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관광객들의 주문에 복어는 독 해체 작업을 거쳐 얼음상자에 담겼다. 해체된 내장은 버릴 틈도 없이 갈매기 몫으로 돌아갔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호영(50) 씨는 "대도시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복어를 이렇게 싸게 살 수 있다니 놀랍다"며"올겨울에는 복어탕을 원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진호 이경웅(49) 기관장은 선원들에게 "일주일간 고생한 보람이 있네. 소주 한잔하러 가세"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복어 조업은 러시아 인근의 수심이 깊은 곳에서 어군을 따라다니며 이뤄지기 때문에 시동을 켠 채 조업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선주들은 기름 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밤샘작업에 돌입한다. 그래서 일주일간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라고 한다.
이 갑판장은 "복어는 풍년인데, 가격이 낮아 걱정"이라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10t이면 1억원은 족히 벌었는데, 요즘은 7천만원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복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지역을 찾아다닌다. ㎏당 1천원만 더 받아도 일주일 조업에 들어간 기름 값 1천만원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안 복어는 지금부터 시작해 다음달 말까지 가장 많이 잡힌다. 이 시기에 잡힌 복어는 상당 부분이 죽변항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기 때문에, 울진에서는 오징어 다음으로 '효자 어종'으로 통한다.
이 갑판장은 "어선들이 한번 들어오면 3, 4일은 정박하고 있고, 관광객 유입도 늘고 해서 겨울철 복어는 지역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왕돌수산 이준호(43) 씨는 "겨울철 복어 하면 울진이다. 많이 잡히고 질이 좋다 보니 복어를 건조 혹은 선어로 판매하는 기술도 개발됐다"고 전했다.
울진군에서 잡힌 복어는 지난해 914t(56억3천600만원), 2009년 1천308t(93억3천900만원)이었으며, 올해도 지난해 수준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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