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기능성 위장관질환

내시경 해도 멀쩡한데 배가 '살살'…혹시 과민성 장증후군?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의 경우 내시경 검사시 위(위)와 대장(아래)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깨끗하다.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 등 기능성 위장관질환으로 진단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위나 대장 내시경 등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이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의 경우 내시경 검사시 위(위)와 대장(아래)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깨끗하다.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 등 기능성 위장관질환으로 진단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위나 대장 내시경 등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이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질환은 기질적 질환과 기능성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기질적 질환은 암이나 궤양, 염증 또는 뇌졸중처럼 검사를 통해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는 것이다. 반대로 기능성 질환은 아무리 검사해도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현재는 기능성 장애로 생각되는 상황이라도 의학 발전에 따라 미세한 이상구조가 밝혀지고, 이에 따른 치료방법이 발견돼 기질적 질환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질적 질환과 기능성 질환을 엄밀하게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성피로증후군, 섬유근통증후군, 취식 장애, 월경전 증후군 등이 기능성 질환에 해당한다. 특히 '기능성 위장관질환'은 구역질, 구토, 복통, 소화불량 등 다양한 위장관 증상들이 뚜렷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몇 년씩 지속되는 소화불량과 복통

정기호(가명'27) 씨는 소화가 잘 안 된다며 병원을 찾았다. 2년 전부터 일주일에 2, 3일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안 고프고, 식사 때가 돼 억지로 밥을 먹으면 포만감 탓에 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했다. 특히 식후엔 명치 바로 아래쪽이 꽉 눌리는 듯 불편한 느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주초인 월, 화요일에 자주 나타났고, 주말엔 비교적 드물게 나타났다.

잘 먹을 수 없었지만 체중은 비교적 유지되는 편이었다. 증상으로 미뤄 '기능성 위장관질환'일 가능성이 컸지만 행여 소화성궤양 등 다른 질환일 수도 있었다. 기본 검사와 함께 소화관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예상대로 특이점은 없었다. 결국 기능성 소화불량 중 '식후불편감증후군' 진단이 내려졌다. 의사는 다른 질환이 없다는 점을 거듭 설명한 뒤 약간의 항우울제 및 소화관운동 촉진제를 먹으면서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갖도록 권유했다. 이후 정 씨의 증상은 한결 좋아졌다.

주부 한희숙(가명'55) 씨는 벌써 몇 년째 가끔씩 오는 복통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젊었을 때부터 소화기능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배가 아플 때 대변을 보고 나면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 편이었다. 배변 습관도 매우 불규칙했다. 복통이 심할 때는 하루 세 번이나 설사를 했고, 어떤 때엔 사흘씩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최근 몇 달 새 몸무게도 3㎏ 줄었다.

의료진은 증상으로 미뤄 기능성 장질환 중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50세 이상이라는 나이와 체중 감소 등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부인과 검사와 위장관 내시경, 복부 CT 촬영 등을 했다. 역시 특이한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환자를 안심시키는 한편 항우울제 및 소화관운동 조절제를 투약했고, 증상은 나아졌다.

◆기능성 소화불량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여러 발병 기전이 학회 등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지나친 소화관의 운동성, 너무 예민한 내장신경, 중추신경과 내장신경 사이의 부조화, 감염에 의한 과감작(지나치게 예민함) 상태, 정서적 요인 등이 그것이다. 최근엔 성장기의 불우한 사회 환경, 개인적 소인(체질), 정서적 불안상태 등이 모두 관여한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기능성 질환의 경우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법 역시 비슷하다. 내장신경의 지나친 과감각을 억제하기 위해 소량의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이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밖에 위장, 소장, 대장 등의 운동성을 조절하는 약제와 필요에 따라 진통제 등이 쓰인다.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장증후군.

기능성 소화불량은 식후불편감증후군과 심와부동통증후군으로 나뉜다. 심와부는 흔히 가슴뼈 바로 아래 명치부위를 가리킨다. 두 증후군 모두 최소 6개월 전 발생해 최근 3개월간 지속돼야 진단할 수 있다. 식후불편감증후군의 경우, 정상적인 식사 후에 발생하는 식후 불편감이나 조기 포만감이 적어도 일주일에 여러 차례 있으면서 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다.

심와부동통증후군의 경우, 심와부에 느껴지는 통증이나 열감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간헐적으로 있고, 다른 위장관기능성질환의 범주에 들지 않아야 한다. 또 통증이 심와부 외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가지 않아야 한다.

환자와 상담을 통해 간단한 검사만 한 뒤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위암 유병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위 내시경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우선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40세 이상에서 2년마다 시행하는 국가 암 검진에도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된다면 빠지지 않고 받는 것이 좋다.

◆과민성 장증후군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대변을 보고 난 뒤 호전되거나, 평소 정상적이던 배변 횟수가 갑자기 늘거나 줄었을 때, 무른 변이나 딱딱한 변이 동반되면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나타나는 경우가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 밖에 대변에 미끈미끈한 거품 같은 점액이 나온다거나,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반복된다거나,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자꾸 부른 것 같고 가스가 찬 느낌이 든다거나, 대변을 볼 때 힘이 많이 든다거나, 여유시간 없이 갑자기 대변이 심하게 보고 싶어진다거나 하는 경우 일단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소화관 증상 외에도 무기력, 불면, 근육통, 빈뇨 및 급박뇨, 야간뇨증, 잔뇨감, 구취감, 조기 포만감, 성교통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일단 직장 및 대장 내시경 검사, 혈액 검사, 분변검사, 갑상선 기능검사 등과 함께 증상에 따라 직장항문 기능검사, 대변 배양검사 등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박경식 교수는 "대부분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들은 자기 증상을 암이나 기타 심각한 질환 때문이라고 잘못 알고 불안해 한다"며 "이상 증상이 보이면 일단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며, 심각한 질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 증상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50세 이후 처음 증상이 발생했고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발열과 체중 감소가 있고 ▷배변 시 출혈이 있으며 ▷기름기가 둥둥 뜨는 대변을 보는 경우 등은 기질적 소화관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크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단순히 과민성이 아니라 소화기관에 실제 질병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박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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