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로터스 매장에서 개최된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중국 대형 유통체인인 로터스와의 업무협조약(MOU)은 한국 농수산물 수출업계에선 일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매출 수십조원을 기록하는 로터스의 유통망을 활용해 우리 농산물의 세계 판로가 새롭게 개척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세계 굴지의 유통회사가 한국 농산물 수급에 관심을 갖는 이유와 사업 파트너로 대기업이 아닌 국내 중규모의 공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일본 지진과 한류
지난 3월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동아시아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 그동안 식품 안전에 대한 높은 신뢰를 얻었던 일본의 일부 식품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빚을 바래고 있는 반면 지속적으로 품질 관리를 해오던 한국의 농수산물은 웰빙붐을 타고 진행돼 오던 유기농 산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주변국들의 호평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농산물 최대 산지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멜라민 사건 등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잃어가며 수입산에 대한 선호도를 점점 넓혀가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의 시장 변화를 인지한 로터스는 한국의 농산물에 주목한 것이다. 중국내 73개의 대형 매장을 갖고 있는 로터스는 한국 농산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국가가 보증하는 국내 공기업을 사업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로터스 수빠낏 체라와논 부회장이 MOU 체결에 앞서 김재수 aT 사장에게 "한국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촉구한 대목에서도 국내 농산물 수급에 대해 외국 기업이 얼마큼 몸이 달았는지를 알 수 있다.
MOU 체결에 수빠낏 부회장이 직접 참석한 것도 국내 농산물의 위상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로터스는 유통업 뿐 아니라 건설, 전자부품 등을 생산하는 로터스 그룹의 한 계열사에 불과하다. 로터스 회장은 지난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150대 부호에 꼽힌 세계적 재벌가이다. 수빠낏 부회장은 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금명간 은퇴를 선언할 회장의 뒤를 이를 그룹 내 핵심 인사이다. 회사 내부에선 수빠낏 부회장을 이미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따라서 이번 MOU 체결은 중국의 로터스가 한국의 농수산물을 수급하는데 그룹 차원에서 나섰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로터스가 중국에 한국 농산물을 들여오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또 다른 이유는 한류 문화의 확산이다. 중국내 한류의 확산은 먹거리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확신한다. 수빠낏 부회장은 "중국인은 문화혁명을 전후로 젊은 층과 중년층의 문화적 갭이 발생했다"며 "자국 근대 문화에 대한 혼란 속에서 새로운 즐길 문화로 한류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중국을 잡아라
일본 대지진과 한류 문화의 붐으로 중국은 한국 농산물 수출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 시장도 이미 세계 최고 품질 농수산물의 소비 천국으로 부상한지 오래됐다. 중국내 최고 수준의 식당을 가보면 대구와 서울의 수준 이상이다.
한국 농산물이 중국을 공략하는데 상하이를 시험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경제 수도로서 돈의 흐름이 많고 유동인구 또한 동아시아 최대 도시라는데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에서 성공해야 중국에 안착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곳"이라는 안총기 대한민국 상해 총영사는 "면적이 서울의 10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2천 7백만 명에 불과한 상하이는 산이 없는 평지인 관계로 앞으로 1억 명이 살아도 될 정도로 팽창력이 큰 도시"라며 "국내 기업이나 상품은 반드시 상하이를 선점한 뒤 중국의 다른 도시를 보태나가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국내 식품업계 현실은 수월하지 만은 않은 현실이다. 롯데마트 중국 현지 법인을 담당하는 박경식 사장은 "중국의 유통구조는 우리와 전혀 달라 섣불리 나섰다가는 손해 볼 수 있다"며 "특히 입점때 유통회사의 이윤을 먼저 계산한 뒤, 판매이윤도 따로 분배하는 제도를 잘 모르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현지 유통 구조가 전혀 생소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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