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울지마!"
이달 1일 오후 3시쯤 부산의 한 보호시설. A(67'대구 달서구 도원동 ) 씨 부부는 지적장애 2급인 B(45'여) 씨를 보는 순간 40여 년 전 잃어버린 자신의 딸임을 단박에 알아본 뒤 오열했다.
A씨 부부는 딸을 잃어버릴 당시 '엄마, 아빠' 정도만 말할 정도로 지적 수준이 낮아 죽었을 것으로 여기며 가슴에서 지웠는데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하고도 고마웠다.
1972년 8월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살던 A씨는 집 밖으로 놀러 나간 당시 6세였던 B씨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종종 집 밖에서 놀다가 이웃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올 때가 잦았던 탓에 A씨 부부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간 지 하루 이틀이 지나도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장애인 딸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A씨 부부는 딸을 찾으려고 전국에 발품을 팔았고, 1980년대 이산가족찾기 TV 프로그램에 나가는 등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잃어버린 딸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갔다.
A씨 부부는 "당시 인터넷은 고사하고 TV와 전화기도 귀한 시절이어서 딸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A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올해 8월 대구 동부경찰서를 찾았다. A씨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실종 당시 사진을 근거로 끈질긴 추적을 시작했다. 우선 A씨 부부의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고, 결과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보내 전국의 보호시설에 있던 지적장애인들과 대조 작업을 벌였다. 그러던 중 부산의 한 보호기관에서 낭보가 날라왔다. A씨와 비슷한 DNA를 가진 장애인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어 2차 감정을 실시했고, 지난달 30일 B씨가 친딸임을 최종 확인했다.
곧바로 A씨 부부와 경찰은 해당 보호시설을 방문해 죽은 줄로만 알고 반평생 동안 가슴에 묻어뒀던 B씨와 40여 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1973년 6월 이후 줄곧 이 보호기관에서 생활해 왔던 B씨는 오열하는 부모를 오히려 위로하며 "엄마, 아빠 울지마"라고 달랬다. A씨는 "딸을 잃어버린 후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웃어 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절대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동부경찰서 윤순남 경사는 "40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것은 드문 사례"라며 "A씨의 가족 상봉은 전국의 수많은 장기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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