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른농촌 희망찾기] FTA, 어려우나 극복할 수 있다

한국 농업은 금년 한 해 정말로 힘든 시기를 지내왔다. 연초부터 구제역을 막느라 엄동설한에 양축농가는 물론 공직자와 온 국민이 엄청난 고생을 했다. 재정 손실은 물론 소비 위축과 가격 파동이 뒤따라 큰 후유증을 남겼다. 더 큰 과제는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과 이행이다.

한-EU FTA가 7월 1일자로 발효되었고, 한미 FTA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2일 비준되어 내년도에 발효될 예정이다. 우리 농업의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가 FTA 대응인데, 금년에 거대 국가를 상대로 두 개의 FTA를 체결한 것이다.

FTA에는 득실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제는 FTA에 따른 이익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에서는 피해보전 직불제 등 단기 피해보전 대책을 비롯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피해 보전대책도 중요하나 우리 농업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좌절하지 말고 노력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한다.

필자는 미국, 프랑스 등 우리가 FTA를 맺은 국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유럽 최고의 농업국가인 프랑스나, 세계 최대 농업강국인 미국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교훈은 선진국이 되려면 농업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농업정책은 한두 가지 정책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나 전문성을 갖추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업'농촌'농민을 아우르는 정책이므로 여러 부처가 관여해야 하고, 생산'유통'소비'수출을 포괄하고 식품안전과 농촌환경을 망라한 총괄적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고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한두 가지 정책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방안이 있는 것만도 아니다.

FTA는 분명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 농업의 위기이다. 하지만 FTA를 위기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외국 농산물의 수입 증대만 우려하지 말고 우리 농산물의 수출 증대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FTA로 수입도 늘어나지만 수출시장도 그만큼 커진다. 지난해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이 5억1천만달러, 대EU 수출이 3억3천만달러, 대중국 수출이 7억8천만달러 수준이다. 올해는 미국 6억달러, EU 3억5천만달러, 중국 12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는 우리 농식품 중에서 라면과 인삼, 고추장'된장 등 장류의 수출이 유망하고 EU에서는 음료류, 냉동어류, 버섯류 등의 품목이 인기일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최근 우리 농식품의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 증대를 위해 중국에 다녀왔다. 중국 최대의 식품박람회인 상하이국제식품박람회에서 막걸리, 버섯, 유자차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이 현지인들의 주목을 끌고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 농식품의 수출 증대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FTA로 관세가 인하되면 라면 등 면류와 인삼, 김, 과실류, 제과류, 막걸리 등 전반적으로 우리 농식품의 수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앞으로도 인접한 중국, 일본, 아세안 국가들은 물론 미국, EU 등을 대상으로 수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발굴하고 해외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 농식품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의 해외시장 개척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고급 품질의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유통, 식품안전 등 전 과정에 걸친 고급화가 필요하고, 현지 유통시장에의 참여전략도 필요하다. 수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전략도 제대로 짜야 한다.

정부의 보완대책도 필요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최근 한 농민단체의 장은 "우리나라는 통상으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FTA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주장이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겠나. 이제는 대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와 농업계는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가 내년에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여 농림수산식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면 식량안보 시대에 농업 토대가 굳건해질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올해 우리 농업인들은 정말로 고생이 많았다. 올해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새로운 자세와 힘찬 각오로 본격적인 FTA 시대에 대응해 나가자.

김재수/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지금까지 '푸른 농촌 희망 찾기'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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