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판 위에 빨래 방망이로 만든 여자들이 다소곳이 놓여 있다. 색색깔 화려한 바탕으로 칠해져 있긴 하지만 한복을 입은 여자도, 드레스를 걸친 여자도 모두 똑같은 모양새다. '여자의 일생'. 작품의 제목은 여자로서 겪어온 세월과 무게감을 말해준다.
문희자의 작품에는 여자의 삶이 녹아 있다. 일흔에 그림을 시작하고, 여든이 훌쩍 넘은 지금 세 번째 개인전을 여는 작가는 그 열정이 젊은 작가들 못지 않다.
작품 '어머니를 넘어서'는 누런 삼베 같은 천 위에 버선을 가지런히 붙여놓고 아랫단에 다듬잇돌, 그 위에 접힌 광목과 다듬이 방망이 두 개, 오른편에 불 밝힌 촛대를 설치해두었다. 촛불 아래 온 식구의 버선을 기워 만들던 어머니의 고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빨래판이나 버선을 모티브로 한 오브제 작업에서 캔버스에 빨래판을 곁들여 추상화시킨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주제의 깊이를 보여준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는 열정을 보인 작가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겪어왔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식들 키우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며 일흔에야 미술공부를 시작한 작가는 모성의 근원적인 정서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시인 황지우는 "설거지하고 걸레질하고 빨래하는 손길 아래 쓸리는 결, 어머니는 그 결을 숨결로 대체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시집을 발간하기도 한 시인이기도 한 만큼, 작품은 한 편 시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CU 갤러리와 대구가톨릭대 문화예술경영학 전공 학생들이 '진정한 젊음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 속에 진행한 전시다. 전시는 20일까지 CU 갤러리에서 열린다. 053)852-8008.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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