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따로국밥이다. 말 그대로 국에다 밥을 말아놓은 게 국밥인데, 국 따로 밥 따로 내놓으면 그것이 따로국밥인 것이다. 그런데 따로따로가 현대인의 취향과 식성에 맞았던 모양이다. 대구의 따로국밥이 제법 유명세를 타면서, 전주의 간판 음식인 비빔밥도 밥 따로 비빔 재료 따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따로라고 하지만 말아놓으면 그게 국밥이요 비벼놓으면 그게 비빔밥이지 무슨 드러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국밥과 비빔밥 하나에도 우리 민족의 화합과 원융의 정신과 문화가 배어 있다.
갖가지 양념과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서 국밥의 깊은맛을 내고, 비빔밥의 제 맛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태의 따로따로는 한데 말 수도 없고 한 그릇에 비빌 수도 없다. 원심력만 있고 구심력이 없으니 결국은 따로따로 되바라진다.
모든 게 따로따로이다. 남한 따로 북한 따로, 여당 따로 야당 따로, 보수 따로 진보 따로, 사장 따로 직원 따로, 교사 따로 학생 따로, 아버지 따로 아들 따로, 남편 따로 아내 따로이다. 여당 때 생각과 시책이 다르고, 야당 때 사상과 정책이 다르다.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이 매국노와 애국자의 간극으로 벌어진다.
남한 인권 따로이고, 북한 인권 따로이다. 크레인 농성을 하던 남한의 한 여성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서는 희망버스라는 게 뻔질나게 드나들더니, 북한에 끌려가 참혹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통영의 딸을 위해서는 중고 트럭 하나 움직일 조짐이 없다.
북한 실정에는 눈에 안대를 대고, 남한 사정에는 돋보기를 끼고 살핀다. 나와 내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꼼수도 능사지만, 상대의 처신에 대해서는 성인(聖人)의 잣대를 들이댄다. 내 편이면 개념이고, 반대편이면 무개념이다.
그러니 국익과 당략이 따로 놀고, 공익과 이기(利己)가 당연히 겉돈다. 몸 따로 생각 따로이다. 몸은 강남에 살면서 생각은 북한의 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현실은 보수인데 이념만 진보인 것이다. 남한의 기득권자가 보수꼴통이라면, 3대 세습 체제인 북한의 기득권자는 무엇인가?
경상도 사람의 기질은 비교적 의리에 충실하다. 시류에 영합할 줄 모른다는 말도 된다. 몸 따로 생각 따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찬바람 부는 계절일수록, 따로국밥 한 그릇이 그립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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