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1-청남대
청정한 하늘 아래
둘도 없는 吉地
남풍이 훈훈하면
꽃피고 새들의 오래
어른님
쉬어 가시는 집
태평성대 깃들이다
뜰 앞은 대청호반
배산은 장군봉에
좌청룡 우백호로
세상 으뜸 명당자리
청풍에
밝은 달뜨면
도원경이 어디냐
팔도의 어진 이들
가림 없이 오가시네
가을엔 국화 단풍
겨울엔 눈꽃 향연
진달래
사래진골에
사향노루 노닐다
박효준(대구 달서구 송현2동)
♥시조2-할머니
어머니 날 낳으시고 할머니 날 기르셨네
농사일 하도 많아 눈길도 못 줬다네
어릴 적 기억에 없어 아무렴 어떠하리
산천이 변하면서 마흔을 넘다보니
우리 집 똥강생이 핵교에 댕겨오나?
뜨락을 버선발로 나와 반겨주신 할머니
할머니 내 할머니 아흔을 넘다보니
힘겨워 못 먹겠다 손 놓고 누우셨네
이제야 할머니 은혜 가슴속에 새기네
양일용(대구 달서구 용산동)
♥시1-행복, 그 수고로움이 있기에
화사한 햇살 같은 미소
토란잎에 데구르르 구르는 물방울 같은 웃음
찬바람 불어 담벼락에 기대서
따사로운 햇살에 얼굴 찡그리면서도
하하하하 괜한 웃음 짓는 내 딸들
자매들의 수다에 엄마 수다까지 보태어
하루 종일 잘잘대는 소리, 소리들
어쩌다 딸아이가 낮잠을 자는 날이면
멀거니 창밖을 보며
소리 없는 세상은 어떨까?
한 남자를 바라보는 세 여자
행복한 여자는 남자의 세상을 모르고 있었다.
바깥세상의 찬바람을 옷깃에 묻혀
지친 모습으로 들어오다
현관문 앞에서 표정 관리하는 그 심정을.
언젠가 보았다.
딸아이가 잠든 사이
소리 없는 세상이 심심해서 베란다에 나가 있을 동안
신발 끄는 소리, 헛기침 하며 목 다듬는 소리
시선을 끌어들이는 그 남자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 공주님들 뭐하니? 아빠 왔다.~~"
늦은 저녁 밥 준비 위해 빈 식탁 닦으며
어서 앉으라. 괜히 재촉한다.
가장(家長)의 뛰어난 연기력에
바깥 날씨가 포근한 줄 알고 해바라기처럼 살았던 날들
오늘 밤 무거운 공기가 식탁 위에 내려앉는다.
최윤서(대구 서구 내당1동)
♥시2-팔공산으로 가는 길은
파군재를 지나 팔공산으로 가는 길은
공산댐 속에 잠겨버린
동화천유원지의 아련한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게 만들고
공산터널 지나면 노란 은행나무들이
반가운 듯 줄지어 나를 반긴다.
백안 삼거리에서 잠시 멈칫거리다가
동화사 쪽으로
울긋불긋 단풍나무 늘어진 길을 따라
팔공산 품속으로 들어서면
시원스레 분수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비로봉 미타봉이 두 손 벌려 맞이한다.
벚나무 숲을 이룬 수태골 앞개울에는
옥수 같은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부인사 앞들 상큼한 미나리향이
행복 가득한 내 마음까지도 향긋하게 만든다.
새파란 가을 하늘
포도향기 난무하는 서촌마을 호수에는
산영이 곱게 잠겨 풍요를 부르고
뭉게구름 흘러가는 산마루 아래
아담한 토담집 굴뚝에서는
저녁의 평화로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한규필(대구 동구 신무동)
♥시3-아비보고 싶거든 밭두렁으로 오너라
밭두렁에 삽 꽂아 두고,
삽자루에 새마을 모자 덮어씌우고,
꿀맛 같은 담배 한 대의 여유가 최대의 휴식인
아버지의 머리위로는 구름도 비껴간다.
봄은 봄이라서,
여름은 여름이기에,
가을은 가을이므로,
겨울은 겨울답게
사십년 농사일로 까맣게 익어간 고뇌,
이제 하늘도 잠잠하다.
부업이라면 누에치기다.
누에 뽕 먹는 소리가 비 오는 소리 같다며
방문 열고 맑은 하늘 보며 좋아도 했고
원망도 해보고 그렇게 살다가
오디 수북이 따서 모아 두던 뽕 밭에 누워
아비 보고 싶거든 밭두렁으로 오라시네.
밭두렁에 올라서니
도란도란 바람소리 옛이야기 들려주네.
문성권(대구 수성구 지산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서경화(예천군 하리면)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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